“화해 없는 시작 없다”… 머저르 총리, ‘정의’ 앞세운 고강도 개혁 예고

12년 만에 다시 걸린 EU 깃발… ‘친러’ 오르반 지우고 유럽 복귀 가속화

141석 ‘슈퍼 여당’ 탄생, 개헌선 넘은 티서당… 헝가리 권력 지형 재편

동결된 EU 자금 확보 사활… 대법관·검찰총장 사퇴 등 ‘적폐 청산’ 시동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신임 총리의 의회 연설을 듣는 군중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머저르 페테르 헝가리 신임 총리의 의회 연설을 듣는 군중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헝가리 정치사의 대전환을 예고한 머저르 페테르 신임 총리가 9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며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섰다. 16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낸 머저르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마친 뒤 헝가리의 새로운 시대를 선포했다.

머저르 총리는 취임 연설을 통해 “유권자들이 헝가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민의를 받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화해 없는 새로운 시작은 있을 수 없고 정의 없는 화해도 없다”는 일성으로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와 개혁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헝가리 의회 외벽에 다시 등장한 유럽연합(EU) 깃발이었다. 이는 친러시아 성향을 보이며 EU와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워온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 시대와의 완전한 결별을 상징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12년 만에 다시 걸린 EU 깃발이 헝가리의 외교적 노선 수정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앞서 머저르 총리가 이끄는 티서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었던 피데스당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티서당은 전체 199석 중 141석을 확보하며, 개헌 가능 선인 3분의 2(133석)를 가뿐히 넘기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

현재 머저르 총리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 회복과 적폐 청산이다. 그는 사법 독립성 훼손 등의 문제로 EU가 동결한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이미 EU 측과 긴밀한 협의에 착수했다. 동시에 대법관과 검찰총장 등 오르반 전 총리의 측근 인사들을 향해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등, 전임 정부 시절의 부패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고강도 사정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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