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파티·골프 즐겨” 허탈감에 이혼 결심
10년간 가족에게 생활비와 유학비 명목으로 수억원을 송금하며 홀로 생활해온 이른바 ‘기러기아빠’가 아내의 미국 생활 모습을 보고 허탈감을 느껴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는 송금액 자체를 돌려받기는 어렵지만, 재산분할에서는 남편 측이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8일 방송된 YTN 라디오 프로그램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제약회사 영업관리자로 20년 넘게 근무한 50대 남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딸의 미국 유학을 위해 아내와 딸을 미국으로 보낸 뒤 약 10년간 홀로 한국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은 원룸에서 생활하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최대한 돈을 아껴 대부분의 수입을 아내에게 송금했다”며 “보낸 돈만 7~8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A씨는 우연히 아내의 SNS 계정을 본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는 미국에서 파티를 즐기고 골프 레슨까지 받고 있었다”며 “나는 궁핍하게 살았는데 내가 보낸 돈으로 호화 생활을 했다는 생각에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딸이 미국 대학에 진학하자 A씨는 아내에게 한국으로 돌아오자고 제안했지만, 아내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아내는 송금받은 돈으로 미국 현지에 작은 주택까지 마련한 상태였다.
A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미국으로 갈 계획도 세웠지만, 아내는 “미국 생활이 만만하지 않으니 퇴직할 때까지 한국에서 계속 돈을 벌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이 아니라 돈 버는 기계가 된 기분이었다”며 “미국에 가도 딸은 나를 어색해했고, 아내와 딸 사이 대화에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남남처럼 갈라서고 싶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준헌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아내 취미생활에 일부 돈이 사용됐더라도 대부분은 생활비와 교육비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부 공동생활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 만큼 송금액 자체를 반환받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산분할에서는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재산이 주로 누구 소득으로 형성됐는지가 중요하다”며 “아내가 별다른 경제활동 없이 남편이 번 돈으로 생활한 만큼 기여도 측면에서 남편이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딸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귀국을 거부하고 계속 돈만 요구했다면 ‘악의의 유기’ 또는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주장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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