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석 한국연구재단 국제지역협력실장

15세기 유럽은 새로운 항로를 찾아 바다로 나아갔다. 1년 전 한국도 새로운 항해에 나섰다. 과거 유럽이 항해를 통해 세계를 확장했다면, 지금의 한국은 지식과 기술로 세계를 연결하고, 공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길을 걷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이 있다.

호라이즌 유럽은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으로, 지난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약 140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기후변화, 보건위기 극복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공동연구를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작년부터 한국은 정식 준회원국(Associated Country)으로 참여하면서 EU 회원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호라이즌 유럽 참여 1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2025년 호라이즌 유럽 공모에서 우리나라 연구자가 참여한 총 28개의 과제가 선정되어 공동연구 추진을 앞두고 있는 중이다.

특히, 양자기술 등 전략 분야 에서의 참여는 한국이 글로벌 연구협력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가 단순한 제도적 참여를 넘어 글로벌 연구협력 생태계로 진입하는 초기 성과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과는 우리 정부의 체계적인 준비와 현장 중심 지원을 통해 가능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호라이즌 유럽 참여를 국가 차원의 전략 과제로 추진하면서, EU와의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왔다. 특히 준회원국 가입 이후에는 국내 연구자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 위에서 한국연구재단은 호라이즌 유럽 참여 초기부터 국내 전담 창구로 실질적인 실행 역할을 담당해왔다. 국가연락책임자(NCP) 체계를 확대하고, 분야별 공고 정보 제공과 실무 참여 가이드북 제공 등을 통해 연구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EU 집행위원회, 주한 EU 대표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적 협력 채널을 강화하고, 국내 연구자들이 국제 공동연구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호라이즌 유럽은 구조가 복잡하고, 과제 신청 및 선정을 포함한 모든 과정이 영어로 운영되며, 유럽식 과제 평가 및 연구비 사용 기준도 국내 연구자에게는 생소하다.

과학기술 국제협력의 성패는 결국 ‘연구 현장’이 얼마나 원활하게 제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사전에 진단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연구현장 헬프데스크’ 및 ‘아카데미’ 운영 등 다각적인 지원과 교육 방안을 속도감 있게 마련하고 있다.

나아가 진정한 글로벌 협력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쌍방향 소통과 ‘룰 메이킹’(Rule-making) 참여로 완성된다. 이를 위해 EU 본부와의 정기적인 소통망을 구축하고, 국내 연구자 및 연구행정 현장과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진입장벽을 허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EU 본부의 프로그램위원회 등 주요 정책결정 기구에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국제 무대에서 우리 연구자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는 제도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호라이즌 유럽 참여 1년이 지난 지금 중요한 것은 참여를 넘어선 실질적인 성과 창출과 협력의 심화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국제협력은 경쟁을 넘어 국제사회의 공동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이자 연결의 통로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은 우리가 경쟁이 아닌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위해 더 큰 바다로 항해하는 배이다. 이제, 더 멀리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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