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만원 올라도 소비는 130원
韓자산효과, 선진국 3분의 1 수준
무주택가구 이득 70% 부동산으로
전문가 “결국 집값 안정돼야 해결”
주식 투자도 결국 부동산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였다.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하며 이른바 ‘불장’(강세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불린 자금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에 힘을 주고 있지만, 주식 투자도 결국엔 내 집 마련을 위한 ‘징검다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주식 투자 수익이 부동산으로 회귀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제아무리 ‘칠천·팔천피’가 돼도 소비 확대나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는 주가가 1만원 상승할 때 약 130원(자본이득의 1.3%)만 소비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주요국의 자산효과가 3~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한은은 국내 자산효과가 작은 핵심 원인으로 좁은 주식 투자 저변을 꼽았다. 지난해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는 77%로, 미국(256%)과 유럽 주요국 평균(184%)을 크게 밑돌았다. 전체 주식자산 역시 대부분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돼 있어 주가 상승의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주식에서 번 수익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한은은 무주택 가계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약 70%가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취득자금 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부터 3월 15일까지 서울에서 주식·채권 매각대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수했다고 신고한 사례는 1176건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신고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만 총 2360억원에 달했다. 특히 서초구의 경우 매수자 1인당 평균 10억6700만원의 주식 매각 대금을 집 사는 데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향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증시 활황이 소비 확대나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수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국내 증시의 경우 수익률은 낮고 변동성은 높아 가계가 자본이득을 영구 소득이 아니라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인식이 소비 증가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자본이득의 부동산 쏠림을 막고 주식 장기보유 유인을 높이려면 집값이 안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주택이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노후 자산이란 의미까지 갖고 있는 데다,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안전자산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증시 활성화만으로는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며 “노후 보장과 부동산 안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동산 자금 쏠림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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