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연내 9000선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부담에도 국내 기업들의 견조한 이익 성장세가 시장의 할인 요인을 뛰어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NH투자증권은 시황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12개월 선행 목표치를 기존 7300에서 9000으로 대폭 상향했다. 표면적으로는 12개월 선행 수치지만 현재 시장의 가파른 상승 속도를 감안할 때 사실상 연내 도달 가능한 목표치를 9000선으로 올려잡은 셈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도 올해 코스피 상단을 기존 6000에서 8600선으로 올려잡았다. 삼성증권도 반도체 업황 호조 지속을 근거로 최근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200에서 8400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코스피가 최대 847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코스피 목표가를 상향하는 주요인은 기업들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향상 때문이다. 전쟁 등 지정학적 여파로 금리와 리스크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기업의 이익 창출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코스피 목표치를 7300으로 제시했을 당시와 비교해 현재 주당순이익(EPS) 전망치가 무려 36%나 급증했다"며 "자기자본비율(COE)과 같은 주식시장 할인율의 상승에도 불구, 기업 이익 추정치가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코스피의 적정 가치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거시경제(매크로) 환경의 안정화와 수급 개선도 주가 상승의 강력한 엔진이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튀어 오르며 헤드라인 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았지만,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Core) 물가'는 두 달 연속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특히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 핵심 개인소비지출(Core PCE) 지수마저 둔화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불안감이 걷히고 안도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는 원·달러 환율 하향 안정화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낳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시범 운영 소식과 실질적인 외국인 자금이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대장주로 집중 유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폭발하며 최근의 환율 변동성을 잠재우는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1만피(코스피 10000)'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AI 및 반도체 모멘텀이 더욱 확산되고 피지컬AI 재평가가 강화되면서 버블 장세가 전개될 경우 1만피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의 8조원대 차익실현 매물에도 반도체주 강세에 힘입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종가 기준 올해 처음으로 27만원선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장중 역대 최고가를 다시 쓰면서 반도체 중심의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05.49포인트(1.43%) 상승한 7490.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혼조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오후들어 상승폭을 확대했고 장 마감 직전 7490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8조320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떠받쳤다. 기관도 1400억원 규모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8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지난 4일과 6일 이틀간 약 7조원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단기 급등에 따른 일부 물량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 전기, 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뚜렷하다"며 "지난 3월 23일 미국-이란 갈등, 트럼프 관련 불확실성, 고유가 우려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강세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3%대 상승해 16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전자는 2% 오름세를 보여 27만150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가 27만원을 넘어선 건 올해 들어 처음이며 SK하이닉스는 장중 사상 최고가(161만4000원, 6일 기록)를 넘어서기도 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도 쏠림 속 단기 가격 부담 등 차익실현 압력이 존재한다"며 "업종 간 차별화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중동 종전 협상 기대감에 따른 순환매 전개 가능성도 병존한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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