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성능점검 책임보험 계약 주체 변경 검토

업계 "판매자 영향력 커지며 검사 독립성 약화"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구조 개편을 두고 성능점검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재 성능점검업자가 가입하고 있는 책임보험의 계약 주체를 매매업자 측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검사와 판매, 책임이 모두 같은 이해관계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에선 이번 개편이 단순 보험 구조 변경이 아닌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위한 견제 시스템을 흔드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중고차를 판매하는 매매업자가 보험 계약권까지 쥐게 되면 성능검사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중고차 시장 투명성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성능점검 책임보험 구조 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성능점검업자가 보험 계약자가 돼 차량 하자 누락 등에 대한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구조지만, 이를 매매업자 중심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제도는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줄이기 위해 약 20년 전에 도입됐다. 차량을 판매하는 매매업자와 별도로 지정된 성능점검업자가 엔진·미션·사고 이력·누유 여부 등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이를 기록한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차량 구매 전 해당 기록부를 통해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선 성능점검업자가 점검 과정에서 하자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거나 허위·부실 점검을 했을 경우를 대비해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소비자가 차량 구매 후 일정 기간 안에 기록부와 다른 중대한 하자를 발견하면 책임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사실상 성능점검 책임보험은 성능점검업자의 점검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담보하는 장치로 운영돼 왔다.

성능점검업계는 이번 개편 방향이 시장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 계약권까지 매매업자 측으로 넘어갈 경우 성능검사 독립성이 현격히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차량을 판매하는 주체가 보험과 책임 구조까지 함께 관리하게 되면 성능점검업자는 결국 '갑'의 지위를 가진 매매업자의 영향력 아래 놓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성능점검 책임보험은 검사 행위에 대한 책임보험인데 보험 계약권을 매매업자가 가져가면 검사 독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매매업자가 보험 계약과 책임 구조까지 함께 가져갈 경우 성능점검업자는 매매업자의 요구를 거부하기 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능점검업계는 현재 논의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보험업계와 손해사정업계 등을 대상으로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성능점검 단체들과는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성능점검협회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문건을 보여주고 다시 회수했다. 공청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며 '깜깜이 추진' 의혹도 제기했다.

성능점검업계 역시 현행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일부 부실 성능점검과 책임 회피 문제, 소비자에게 보험료 전가 등 현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선 판매자 책임 강화 필요성과 별개로 검사 독립성 유지 장치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소비자 보호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검사·판매·보험 구조가 한쪽으로 집중될 경우 시장의 신뢰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편안을 두고 내부 검토 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인천 옛 송도유원지의 중고차 수출단지에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인천 옛 송도유원지의 중고차 수출단지에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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