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합리성 상실… 강성 노조와 극좌를 빼닮은 아스팔트 우파
헌정 파괴를 ‘평화적 계몽’이라 찬양하는 전체주의 컬트 집단화
헌법 밖 ‘윤어게인’의 필연적 종착지… 외세 청원하는 외환적 상상력으로
말뿐인 ‘절윤’ 속 무기력한 국민의힘… 아스팔트 언어가 제도권으로 역류
중산층·경제계 대변 잃고 합리적 궤도 이탈하며 여당 악재 반사이익마저 상실
보수 정치의 생명력은 헌정 질서의 수호와 합리적 이성에서 나온다. 그러나 대한민국 아스팔트 우파의 장외 투쟁은 보수의 본질적 가치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다. 지난달 평택 캠프 험프리스(미군기지) 앞에서 열린 이른바 '우산혁명' 집회가 그 뼈아픈 민낯이다. 하얀 우산을 든 채 성조기를 흔드는 그들의 투쟁 문법은 타협을 거부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던 과거 강성 기득권 노조나 극좌 세력의 거친 방식을 소름 돋게 빼닮았다.
이들은 자유주의를 참칭하면서도 정작 헌법적 기본권을 짓밟는 '계엄'을 평화적 계몽이라 찬양한다. 집회 현장에선 "위대한 계몽령 선포한 대통령, 자유수호 위한 평화의 계엄령"이라는 노래 가사가 버젓이 울려 퍼졌다. 헌정 파괴 행위를 구국의 결단으로 미화하며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와 프리 윤(Free Yoon, 윤석열 전 대통령 석방)을 연호하는 이 풍경은 자유주의의 핵심인 개인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맹목적인 복종만 남은 전체주의로 귀결됐다.
이 기이한 현상의 중심에는 '윤어게인(Yoon Again)'이라는 주술적 구호가 자리 잡고 있다. 헌정 질서 내에서 권력을 상실한 전직 대통령의 복귀를 부르짖는 외침은 필연적으로 헌법 밖의 상상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집회 단상에 오른 우파 스피커들은 "미군 델타포스 20명만 투입하면 12분 안에 이재명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다"거나 "트럼프가 연방수사국(FBI)을 보내 한국의 부정선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절규했다. 군대를 움직여 체제를 전복하겠다는 내란적 상상력이 불가능해지자, 동맹국 군대를 끌어들여 자국 통수권자를 체포해 달라는 외환(外患)적 상상력으로 치달은 것이다. 국가 주권 수호라는 보수의 제1원칙을 제 손으로 찢어버린 완벽한 철학적 파산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 거대한 비이성의 소음 앞에서 제1야당이 보여주는 철저한 무기력함이다. 국민의힘은 입으로는 '절윤(絶尹)'을 말하면서도 정작 아스팔트의 극단주의 세력과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장동혁 체제의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사이 장외의 거친 언어와 맹신이 여과 없이 제도권 정당 내부로 역류하고 있다. 지도부의 세련된 비전이 지지층을 설득하며 아래로 흘러가야 할 정당이 극단적 유튜버와 아스팔트 스피커들에게 목소리를 과대 대표당하는 기형적 구조에 갇혀버렸다.
이 철학적 빈곤이 낳은 참사의 대가는 가혹하다. 정당이 합리적 궤도를 이탈해 광신적 이데올로기에 매몰될 때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것은 조세 저항이나 자산 가치 보존 등 실질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중산층과 경제인들이다.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에 틈이 생겨도 민주당의 설화가 이어져도 대안 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잃은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조차 주워 담지 못하고 있다. 갈 곳 잃은 중도 보수층은 이미 투표를 포기하거나 철저한 실용주의적 잣대로 거대 여당과 밀당을 벌이는 중이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이 붕괴된 보수 진영에 대한 냉혹한 심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헌정 파괴와 외세 개입을 부르짖는 아스팔트의 광기와 결별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중산층의 엑소더스라는 텅 빈 투표함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궤도를 이탈한 보수의 재건은 이 뼈아픈 자기 부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