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5건 입찰서 낙찰자·가격 사전 합의
카카오톡 대화방서 낙찰자·투찰가 사전 조율
담합 관련 매출 3692억… 공정위 첫 제재
물류 현장에서 필수 자재로 쓰이는 플라스틱 파렛트 시장에서 제조·판매업체들이 장기간 짬짜미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요 파렛트 업체들은 석유화학사를 포함한 수요처를 상대로 전국 입찰과 거래를 짜고 운영했으며, 담합 관련 매출액은 3692억원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9월~2024년 4월, 18개 플라스틱 파렛트 제조·판매업체가 전국 165건의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국내 파렛트 제조·판매업체 간 담합을 제재한 첫 사례다.
국내 주요 파렛트 업체들의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3692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상 수요처 24곳에는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도 포함됐다.
국내 파렛트 시장은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과 임대 방식으로 나뉜다. 파렛트는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대형 석유화학사와 사료업체 등 대규모 수요처는 주로 입찰 방식으로 물량을 조달하며 일부는 수의계약을 맺기도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업체들은 약 6년 8개월간 165건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업체, 투찰가격 등을 짜고 입찰했다. 전화 통화와 대면 모임, 카카오톡 대화방 등을 이용해 합의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방식은 입찰마다 달랐다. 파렛트 규격과 용도, 업체별 입찰 참가 자격 보유 여부와 제품 경쟁력 등에 따라 낙찰자와 가격을 조율한 것으로 조사됐다. 들러리 업체들은 합의한 가격과 같거나 조금 높은 수준으로 써내며 담합을 실행했다.
이 가운데 골드라인파렛텍, 구광, 엔디케이, 엔피씨, 한국프라스틱 등 5개 업체는 2020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농협과 수의계약을 맺은 골드라인파렛텍의 단독 납품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단위농협이 파렛트 직매입 가격을 문의하면 다른 업체들이 농협 납품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농협은 골드라인파렛텍과 수의계약을 맺고 온라인 '축산자재몰'에서 단위농협이 파렛트를 구매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다만 단위농협의 직매입까지 제한하지는 않았다.
이에 파렛트 업체들은 단위농협에 저가 제품이 직접 공급될 경우 가격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직매입을 막는 방향으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골드라인파렛텍은 단위농협의 구매 문의 정보를 입수하면 카카오톡 대화방 등에 공유했다. 이어 축산자재몰 납품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고, 다른 업체들도 이를 받아들여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파렛트 업체들은 담합으로 얻은 수익 일부를 이른바 '경유매출' 명목으로 다른 담합 가담 업체와 나눴다. 공정위는 업체들이 수익을 배분하며 담합 참여를 유도하고 이탈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업체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18개 파렛트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7억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에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시켜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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