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7천피’ 시대가 열렸다. 6일 코스피 지수는 400포인트 넘게 폭등하면서 7384.56에 장을 마쳤다. 7000선 돌파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었다.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었다.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입성했다.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어지고,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며 한국 증시가 새 역사를 쓴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미래를 낙관할 수 만은 없다. 무엇보다 이번 랠리가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한국 대표 기업들이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 특유의 급격한 업황 변동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AI 투자 열기가 식거나 글로벌 경기 둔화로 메모리 가격이 흔들릴 경우 코스피 전체가 큰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한국 경제는 ‘반도체 편식 구조’에 갇혀 있다. 수출에서 증시 흐름까지 반도체가 좌우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그 다음 산업이다. 미국은 AI 플랫폼과 빅테크, 중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인도는 디지털 제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며 미래 먹거리 경쟁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반도체 한 축에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만으로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7000’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그 숫자를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다. 그러기 위해선 반도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AI 소프트웨어와 바이오, 우주항공, 로봇, 콘텐츠, 양자기술 같은 차세대 산업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 단순히 특정기업 몇 곳의 시가총액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혁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자본이 생산적 산업으로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코스피가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어떤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숫자의 환호에 취해 있을 시간이 아니다. ‘포스트 반도체’를 키우지 못한다면 ‘꿈의 7천피’는 거품처럼 꺼질 수 있다. 새 성장산업 육성에 국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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