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일… ‘극단적 이중성’ 반복
“최종합의 향한 큰 진전” 이라며
해상봉쇄 지속… 이란은 무반응
급제동에 美 전략적 한계 드러나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무력화하겠다며 야심차게 꺼내든 이른바 ‘호르무즈 해방작전’(Project Freedom)을 불과 하루 만에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란이 미군 함정을 공격하면 지구상에서 날려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돌연 “이란과 최종합의를 향한 큰 진전이 있었다”며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쟁 직전까지 몰아붙였다가 갑자기 협상 모드로 돌아서는 특유의 극단적 이중성이 또다시 반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파키스탄과 여러 국가들의 요청, 작전 과정에서 거둔 엄청난 군사적 성과, 그리고 이란 대표단과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합의를 향한 큰 진전을 고려해 해방작전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는 전면적으로 유지된다”며 대이란 압박 기조 자체는 철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 작전은 이란의 해협 통제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미 해군 구축함과 항공 전력을 투입해 상선들의 안전 통항을 지원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행 직후부터 미군과 이란군의 직접 충돌 위험이 급격히 커졌고, 정작 해상 교통 정상화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작전을 “위험한 도박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며 미국이 군사적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겠지만 해협 상황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전 개시 이후에도 해협을 통과한 상업 선박 수는 평시 대비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 수준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UKMTO는 “항해 방해와 봉쇄 집행, 기뢰 위협, 공격 또는 오판 가능성이 계속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상황도 미국의 기대와는 달랐다. 미군은 이란이 발사한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주장했고, 상선을 위협하던 혁명수비대 고속정을 미 육군 아파치 헬기가 격침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역시 미 군함을 향한 미사일 발사와 민간 선박 공격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해협 인근 선박 최소 2척이 피해를 입었으며, 한국 HMM 소속 화물선 ‘나무호’ 폭발 사고 역시 미국이 이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다만 한국 정부는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급격히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상태다. 그는 불과 하루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을 향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곧바로 협상 진전을 이유로 군사작전을 멈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장기간 전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을 두는 ‘전쟁권한법’의 60일 규정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칫 해협 작전이 장기화돼 미군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정치적으로도 심대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 자체가 처음부터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선박추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의 나빈 다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가 상황을 실질적으로 바꾼다고 보지 않는다”며 “해운업계는 여전히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매슈 새빌 연구원도 “해협 통제는 단순한 군사력 문제가 아니라 시장과 보험, 해운업계의 신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일부 항로를 확보하더라도 보험료 급등과 피격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선박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접근법 자체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습과 봉쇄, 해상 작전 등 압박 수위를 계속 끌어올렸지만 정작 이란의 전략과 협상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NYT에 “압박이 실패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마법처럼 승리를 가져올 새로운 강압 수단을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전 말로니 역시 “이란은 수십 년간 세계 최강 수준의 제재를 견뎌온 국가”라며 단기간 압박으로 굴복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해방작전’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승부수였지만 시행 하루 만에 제동이 걸리며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해상봉쇄 유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 해협 상황은 거의 마비 상태에 가까우며, 이란도 별다른 양보 신호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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