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만원 상당 뇌물받고 유리하게 형 감경

사건 고발 전까지 2년간 190차례 통화

항소심 사건 21건 중 17건 감경

변호사, 성공 보수 조건 설정 뒤 부당이득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고위공직자범죄사수사처(공수처)가 고교 동문 선배인 변호사로부터 수천만원 상당 금품을 받은 대가로 재판 편의를 봐준 현직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는 6일 부장판사 김모씨와 변호사 정모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2023~2025년 전주지방법원 형사 항소심 재판장으로 재직하면서 고교 동문 선배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피고인 측에 유리하게 감경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3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부장판사 부임 뒤 사건 고발 전까지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190여차례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저녁 식사 자리를 하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정 변호사가 대표인 법무법인이 수임한 항소심 사건 21건을 맡아 17건 형량을 감경했다.

집행유예 기간 중 재차 음주운전을 한 피고인은 징역 5개월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경됐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피고인은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형이 줄어들었다.

특히 정 변호사로부터 부당 경제 이득을 제공받은 2024년 3월 이후 선고한 6건 사건에서 모두 원심을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부장판사는 구체적으로 배우자 바이올린 교습을 목적으로 정 변호사 소유 상가를 2024년 3월부터 2025년 4월까지 1년간 무상 제공받아 1400여만원 이익을 취하고 방음시설 설치 등에 대해 1500여만원 상당의 공사비도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현금 300만원이 동봉된 견과류 선물 상자를 건네받은 혐의도 있다.

정 변호사는 판결에 대한 성공 보수 조건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장판사 직권 보석 결정 전 석방을 조건으로 수천만원 성공 보수를 미리 받거나 선고 하루 전 갑작스럽게 추가한 성공 보수 조건이 판결에 반영되는 등 사례가 적발됐다.

공수처가 접견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일부 의뢰인은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 관계에 대한 소문을 듣고 정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는 3월 김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공수처는 구속영장 재청구를 하지 않고 추가 보완 수사 뒤 두 사람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윤상호 기자(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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