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정치부 정치팀장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상징하는 단어는 ‘만기친람’(萬機親覽)일 것이다. 각종 업무보고는 생중계되고,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의 실책을 짚고, 수치와 해법까지 직접 챙긴다. 복지부동 관료사회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그립감’에 국민들은 통쾌함을 느낀다. 그러나 권력의 구조라는 렌즈로 그 이면을 냉철하게 투영해보면 이 특유의 돌파력은 국가 시스템의 자생력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역사상 가장 철저한 만기친람 군주로는 청나라 전성기를 이끈 옹정제가 꼽힌다. 그는 하루 4시간만 자면서 지방 관리들이 올린 수만 건의 상소문에 일일이 붉은 붓으로 자신의 판단·지시·의견을 적었다.
과로를 불사한 황제 의 헌신 덕에 제국은 기강을 세웠지만, 역설적으로 관료사회는 황제의 지시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수동 조직’으로 전락했다. 권력자의 비범한 유능함은 결국 시스템의 기획 능력을 마비시켰고, 황제의 뇌 용량은 곧 제국의 한계가 되는 동맥경화로 이어졌다.
지금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대통령의 불호령을 피하기 위한 텍스트 생산에 매몰되어 있는 풍경과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요즘 만기친람의 방향은 ‘시장’, 그중에서도 부동산이라는 복잡계(Complex System)를 겨누고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투기 이익을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며 다주택자를 인정하지 않는 메시지가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청와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주거는 투자수단이 아니라 삶의 근본이자 터전’이라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은 지극히 타당하다. 망국적 투기를 근절하고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에 반기를 들 국민도 없다고 믿는다. 다만 아무리 진단이 정확해도 점진적으로 약효를 스며들게 하는 것과 당장 극약부터 처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2500년 전 노자(老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약팽소선·若烹小鮮)”고 통찰했다. 생선을 빨리, 잘 익히겠다고 젓가락으로 쉴 새 없이 찌르고 뒤집으면 결국 살이 다 부서져 뼈만 남는다. 금리와 인구 이동, 그리고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수만개의 톱니바퀴처럼 얽힌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은 종종 강력한 의지와 도덕적 당위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시장의 생리는 물리력에 쉽게 순응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이란과의 지정학적 충돌 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백악관의 주인은 전쟁의 공포를 조장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글로벌 자본 시장은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분노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들은 원유 공급망의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수치라는 건조한 계산기만 두드리며 자산의 가치를 재편할 뿐이다. 막강한 군사력으로도 거대한 자본의 파도를 억지로 멈춰 세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하물며 징벌적 세금과 규제라는 젓가락으로 시장이라는 ‘생선’을 찌르는 국내 부동산 정책은 어떠하겠는가. 권력이 시장을 거칠게 압박할수록 시장은 차갑게지하로 숨어버린다. 건설사들이 타산이 맞지 않아 공급을 줄인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전세 매물은 말라가고 있고, 월세는 폭등세다. 선의로 시작된 개입이 엉뚱하게도 서민들이 올라탈 주거 사다리를 흔드는 역설을 낳고 있는 셈이다.
최고 권력자의 의도와 압도적 유능함이 국정의 강력한 동력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강한 통제력이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억누를 때, 정책은 종종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잉태한다. 생선은 젓가락으로 세세히 뒤척이기보다는 인내하면서 불의 세기를 조절할 때 온전히 구워지는 법이다. 진짜 유능함은 모든 것을 쥐는 데 있지 않다.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존중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거시적인 조율에 집중할 때 대통령의 그 돋보이는 유능함은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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