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서부터 ‘오빠’ 대신 ‘형’ 호칭 사용

민주당서 ‘오빠’ 단어 무게 무거워

與김문수 "공무원은 따까리"…공직자 비하

선거 앞 ‘이부망천’·‘세월호 비하’ 연상

말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핵심적인 언어적 수단이다. 같은 문화권의 언어를 공유한다면 누구에게나 그 의미가 전달된다. 다만 말은 눈에 보이지도, 촉각으로 느껴지지도 않기에 종종 가볍게 취급되곤 한다. 그러나 모든 순간이 영상으로 기록되는 오늘날, 한 번 뱉은 실언은 고삐 풀린 말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특히 지방선거와 같은 중차대한 시기에는 말 한마디가 일으키는 파장이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오빠'라는 단어 자체에는 잘못이 없다. 사전적으로 오빠는 여자가 손위 남자 형제를 부르거나, 남남인 손위 남자를 친근하게 가리키는 호칭일 뿐이다.

문제는 발화자의 위치와 상황이다. 지난 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61세)는 선거 유세 중 초등학교 1학년 남짓한 여아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불러달라 요청했고, 하정우 부산 북구갑 후보(48세)가 이를 거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공적 공간에서 미래 세대이자 유권자인 시민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한 것은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민주당의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라는 공적 지위를 고려할 때, 이러한 발언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오빠' 논란은 1970~1980년대 대학 운동권 시절, 여성들이 성별의 벽을 넘어 동료 의식을 강조하며 손위 남성을 '형'이라 불렀던 그간의 문화적 맥락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시 남성 중심적인 대학가에서 성적 긴장감을 완화하고 수평적 관계를 지향했던 이 문화는 2010년대 중반까지도 일부 학내 문화로 전승되어 왔다.

운동권 시절의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강조해 온 민주당에서, 정작 본인들을 '오빠'라 칭해달라는 권위주의적이고 성별 고정관념적인 발언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정 대표는 작년 5월 대선 유세 당시에도 전남 담양에서 젊은 여성들의 손을 잡고 '청래 오빠'라 부르며 응원을 유도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민주당의 해이해진 기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문수 의원은 지난 2일 지역구 행사에서 시의원 예비후보들에게 "감시하라고 의원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 따까리를 하려면 공무원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뱉었다. '따까리'는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비속어다. 이에 국민의힘은 강명구 의원을 중심으로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며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선거 국면에서 말 한마디로 전세가 역전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전 의원의 '이부망천'(서울 살다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은 수도권 민심을 통째로 돌려놓았다. 또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차명진 전 의원이 쏟아낸 세월호 비하 발언은 중도층의 대거 이탈을 불러왔다.

형체도 없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말의 힘이 그 무엇보다 무섭고 엄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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