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부풀리고 물량 떠넘기고…피해는 개미 몫

국세청 31곳 세무조사 착수

우량기업의 기술과 이익을 사주가 지배하는 해외법인으로 넘기고 고의로 상장폐지를 유도해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했다. [국세청 제공]
우량기업의 기술과 이익을 사주가 지배하는 해외법인으로 넘기고 고의로 상장폐지를 유도해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했다. [국세청 제공]

#코스피 상장법인 A는 사주 일가가 이익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주요 생산 기능을 사주가 지배하는 해외 법인으로 넘겼다. 제조 기술 이전 대가 200억원도 받지 않았다. 수출 거래에는 다른 해외 법인을 끼워 30억원의 유통 마진을 챙기게 했다.

영업 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해외 체류 임원에게 10억원의 고액 급여를 지급해 자금을 유출했다.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상장폐지를 유도했고, 결국 상장폐지로 이어졌다. 손실은 개미 투자자 몫으로 돌아갔다. 세무 당국은 제조 기술 무상 이전과 거래 끼워넣기, 임원 급여를 가장한 자금 유출 등 불공정 행위를 엄정 조사할 계획이다.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국세청이 '코리아 프리미엄' 안착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주가조작과 터널링, 불법 리딩방 등 3대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31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7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27곳을 겨냥한 조사에 이은 2차 세무조사다. 혐의 금액은 2조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먼저 주가조작과 회계사기로 이익을 챙긴 11개 업체를 6000억원 규모 탈세 혐의로 조사한다. 이들은 허위 정보와 외형 부풀리기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보유 주식을 소액주주에 떠넘기는 수법을 썼다. '신사업 진출'과 '상장 임박' 등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인하고, 페이퍼컴퍼니와 차명계좌로 미리 매집한 주식을 처분하며 차익을 숨겨 세금을 피했다.

국세청은 호재성 정보 목적 가공세금계산서 수수 행위, 현지 법인을 통한 상장사 자금 변칙 유출 등 700억원 규모의 탈루 협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코스피에 상장한 B업체는 600억원 이상의 탈루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실적이 양호한데도 회계감사에서 자료를 고의 미제출해 상장폐지됐다. 소액 주주는 주가 하락과 거래 정지로 피해를 떠안았다.

국세청 정부세종청사 전경 [디지털타임스 DB]
국세청 정부세종청사 전경 [디지털타임스 DB]

기업에 자금 유출 통로를 만들어 이익과 자산을 사주일가에 빼돌린 '터널링' 행위를 한 15개 업체도 조사한다. 상장사를 개인 회사처럼 다루며 공급망에 끼어들어 통행세를 챙기거나 사적 비용을 법인에 떠넘겼다.

일부는 투자 경험이 없는 지인 펀드에 수백억원을 넣은 뒤, 펀드를 활용해 사주 지배 부실기업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또 다른 업체는 배우자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차명 법인과 가공 거래를 꾸며 자금을 유출했다. 결국 기업이 부실화되거나 주가가 낮게 묶이며 피해는 소액주주에 집중됐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이나 노년층의 투자금을 노린 불법 리딩방 5곳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유튜브 등으로 유명세를 얻은 뒤 금융취약계층에 접근해 '추천주 300% 급등', '3일 내 100% 수익 보장' 같은 문구로 고액 멤버십 가입을 유도했다. 추천 종목을 공개하기 전 미리 주식을 매집한 뒤 주가가 오르면 회원을 물량받이로 활용해 시세차익을 챙겼다.

10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C업체는 허위·과장 광고로 회원가입을 유도했다. 미리 대량 매수한 종목을 유료 회원들에게 홍보하고, 전량 매도하는 수법으로 회원에게 40억원 이상 손해를 입혔다. 이들은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를 거래 단계에 끼워 넣거나 가짜 비용을 계상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유출한 뒤 아파트 취득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 업체의 시장 교란 행위뿐 아니라 거래 과정에서 얽힌 모든 관련인과 거래행위 전반을 검증해 철저히 과세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주식시장에서 불공정 거래를 통해 단 한 푼의 이익도 챙길 수 없고, 오히려 더 큰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강승구 기자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6일 국세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강승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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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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