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한국 기업의 인도 및 신흥국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거대한 '금융 하이웨이(고속도로)' 구축에 나선다. 지난달 열린 한·인도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양국 간 대규모 실물 투자가 가시화되면서 자금이 적재적소에 돌 수 있도록 선제적인 금융 인프라를 깔겠다는 전략이다.
수출입은행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제59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현장에서 황기연 은행장이 인도 수출입은행 및 인도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SBI 최고위급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전방위적인 금융 협력 방안을 타결했다고 6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인도 내수 시장을 직접 겨냥한 '전대금융' 확대다. 전대금융이란 수출입은행이 해외 현지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면 그 은행이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현지 기업이나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에 대출해 주는 간접 금융 상품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현지 소비자의 구매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황 행장은 라나 아슈토쉬 쿠마르 싱 SBI 수석부행장과 만나, 지난달 29일 수출입은행이 승인한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전대금융 활용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양측은 기존에 자동차 산업에 집중됐던 자금 지원 대상을 △산업설비 △가전 △식품 △화장품(K-뷰티) 등 유망 소비재 산업 전반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의 내수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도 수출입은행과의 회동에서는 미래 산업 밸류체인 구축과 제3국 공동 진출이라는 보다 거시적인 청사진이 그려졌다.
황 행장은 타룬 샤르마 인도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과 만나 '한-인도 산업협력위원회'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양행은 최근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희토류 등 핵심광물 분야에서 수은의 수출금융과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공동 사업 발굴 △인도 조선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금융 지원 등 굵직한 인프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황 행장은 "핵심광물, 청정에너지, 디지털 등 미래를 이끌 주요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성공적으로 인도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금융 지원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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