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여파에 석유류 21.9% ↑
공업제품 3년2개월 만에 최고
"피해지원금도 물가 자극" 지적
석유류 가격 급등이 지난달 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1년 9개월 만에 최대치다.
석유 최고가격제로 상승 폭을 일부 눌렀지만 변수는 이번 달이다. 한국은행은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데다 농축수산물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5월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2026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100)로 1년 전보다 2.6% 증가했다. 2024년 7월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올해 1~2월 물가 상승률은 각각 2.0%로 안정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2월 말 중동 전쟁 이후 3월 2.2%로 올라섰고, 지난달에는 오름세가 더 가팔라졌다. 석유류 물가는 21.9% 치솟으며 전체 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7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는 각각 21.1%, 30.8%, 18.7% 올랐다. 휘발유와 경유는 3년 9개월, 등유는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 급등 영향으로 공업제품은 3.8% 올랐다. 3년 2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면 가공식품 상승률은 1%에 그쳤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석유류 가격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 있었다"며 "석유류가 더 크게 올랐다면 개인서비스·국제항공료 등의 상승 폭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업제품을 제외하면 농축수산물은 0.5% 내렸다. 농산물과 채소류가 각각 5.2%, 12.6%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는 2.4% 상승했다. 공공서비스는 1.4%, 개인서비스는 3.2% 각각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2.9% 올라 체감 물가 부담이 커졌다. 반면 신선식품지수는 6.1% 내려 밥상 물가는 안정 흐름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는 2.2% 상승했다.
다만 5월 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5월 물가는 석유류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핵심 변수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을 꼽는다. 특히 미국 국채 금리와 외국인 자금 이동, 주식시장 흐름이 맞물리며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도 부담 요인이다. 중동 상황이 날마다 바뀌는 데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원유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원유 시설 일부가 파괴된 만큼 공급량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도 물가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창권 대전대 물류통상학과 교수는 "물가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게 환율"이라며 "추경으로 지원금이 풀리면 통화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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