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통항권은 옛말”… 이란, 호르무즈 해협을 주권 통제구역으로 선포
이메일 허가 없인 통과 불가, ‘사전 승인제’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압박
미·이스라엘 선박 영구 금지에 통행료 징수까지… 이란 의회, 법제화 ‘속도’
이란이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 ‘사전 통행 허가제’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해상 규제를 공식 가동했다. 그동안 국제 관례상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던 이곳에서 이란이 실질적인 ‘주권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국제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5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해협 통과 선박을 관리하기 위한 ‘주권적 해상 교통 규제 메커니즘’을 전격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이란 측 공식 이메일을 통해 운항 지침을 전달받아야 하며, 반드시 사전 승인을 거친 뒤 그에 맞춰 운항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해협으로 간주해 선박의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을 보장하는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조치다. 사실상 공해처럼 인식되던 해로를 이란의 내해처럼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적 군사 행동 이후 이란군이 취해온 해협 통제 조치의 연장선에 있다. 한때 파키스탄의 중재로 레바논 등과의 휴전 합의가 논의되며 해로 재개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휴전 위반 논란과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며 통행로는 다시 굳게 닫혔다.
현재 이란 의회는 이 같은 통제권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 및 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통행을 영구히 금지하고, 적대국이 아닌 일반 선박에는 통행료를 징수하는 등의 파격적인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해협 내 고립된 민간 선박을 구출하기 위한 ‘해방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이에 이란 해군은 경고를 무시하고 접근한 미군 구축함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무력 대응에 나섰다.
이란의 종전 협상 대표단장을 맡았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은 “현재 상황은 미국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란은 아직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추가적인 강경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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