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AP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AP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선박 26척이 67일째 묶여 있다. 에너지와 물류의 대동맥이 막히고, 선원들의 안전도 위협받는 비상 국면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제시한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작전은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의 안전 통행을 지원하고, 억류된 선박을 구출하는 데 목적을 둔다. 국제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공공재적 성격도 갖는다. 한국 입장에선 이는 단순한 동맹 협력이 아니라, 선박과 해상 물류를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 대응 수단이기도 하다. 물론 군사적 성격을 띤 작전에 참여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중동 정세는 복잡하고, 특정 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외교적 파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선박은 장기 억류 상태이고, 선원들이 겪는 위험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 해상 질서의 측면에서도 이번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정 해역에서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이는 국제무역 질서 자체를 흔드는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한국이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해상 교통로의 안전은 특정 국가가 아닌 국제사회 전체가 함께 지켜야 할 규범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내부에서도 대응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 정세를 고려해 신중한 관망 속에서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는 흐름이다.

위기는 결단을 요구한다. 67일째 이어지는 장기 억류는 더 이상 ‘상황 관리’로 설명될 수 없다. 국가가 자국 선박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분명히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정부는 보다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참여 여부를 둘러싼 원론적 고민을 반복하기보다,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개입의 범위와 수위를 정교하게 설정하고, 우리 선박 보호와 해상 안전 확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참여 방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되, 국익을 최우선에 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의 관망은 책임의 회피다. 이제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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