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자치의 실현’을 내걸고 지난 2007년 시작된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가 심각하다. 도입 20년째를 맞았지만 교육 현장은 개선되기는 커녕 ‘정치 진흙탕’으로 변질되고 있다. 백년대계(百年大計)여야 할 교육이 선거 때마다 극단적 진영 대결의 장으로 전락하면서, 교실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 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교육감 선거 양상은 학생들이 볼까 우려되는 수준이다. 역대 선거마다 예비후보의 25~30%가 전과 기록을 갖고 있으며, 그가운데는 음주운전, 뇌물수수, 횡령, 폭행 등 도덕적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강력 범죄 이력도 상당하다. 교육 철학이나 정책 대결 또한 실종된 지 오래다. ‘보수 대 진보’라는 진영 논리와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추잡한 뒷거래, 상대 후보를 향한 고소·고발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당 공천을 배제한다는 법 취지가 무색하게 특정 정당 출신의 후보들은 정당의 상징색을 차용하며 정치권 인사를 등에 업고 세를 과시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선거판에서는 비웃음거리가 된 지 오래다.
직선제의 가장 큰 폐단은 교육감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전도사’가 된다는 점이다. 당선만을 목적으로 선심성 예산을 남발하고, 특정 이념에 경도된 편향적 교육 정책을 밀어붙인다. 기초학력 저하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전교조 등 특정 세력의 눈치만 보느라 교육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다. 시·도지사와의 갈등으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유권자들이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름조차 생소한 후보들 사이에서 무더기 무효표가 쏟아지고, 낮은 관심 속에 당선된 교육감이 넘쳐나는 교육 교부금을 무기로 ‘교육 소통령’ 권력을 휘두르는 구조는 민주적 정당성마저 의심케 한다.
이런 식의 선거를 위해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직선제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묶어 선출하는 ‘러닝 메이트제’ 도입이나, 광역단체장 임명제 등 실질적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교육을 정치로부터 격리하고 교실을 다시 배움의 터전으로 돌려놓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이제는 수명을 다한 직선제의 폐기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국회는 교육 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직선제의 폐해를 직시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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