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빠른 2024년에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기대수명은 84.4세로 홍콩, 일본에 이어 세계적인 장수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건강 수명은 2022년 기준 65.8세로 같은 해 기대수명 82.7세보다 16.9세 차이가 난다. 나이가 들면 암, 협심증, 당뇨와 같은 다양한 질환이 증가하지만 특히 치매가 문제가 된다.

치매는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이 떨어져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질환이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장애이다. 정상적인 기억력 저하는 사소한 일에 국한되고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본인이 알고 있다. 그러나 치매는 경험했던 일을 기억 못할 뿐 아니라, 잊어버린 사실 자체를 모른다. 따라서 기억 장애로 인한 판단력도 같이 저하되어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및 의료시스템에도 심각한 재정적, 정서적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202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은 9.25%이며 2026년에는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연령이 5세 증가할 때마다 유병률은 두 배씩 상승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전 세계 약 29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된 34편(총 51건의 관찰연구 종합 분석)의 대기오염과 치매 연관성 논문을 종합적으로 분석(메타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 그을음(black carbon)이 치매 발병 위험 증가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10㎍/㎥ 증가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17% 높아져서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이산화질소는 10㎍/㎥ 높아질 때마다 치매 위험이 3% 증가했으며, 그을음은 1㎍/㎥ 증가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이 13%가 높아졌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도 초미세먼지가 신경세포가 모인 회백질을 위축시켜 기억력 감퇴 및 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했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대기오염으로 인한 뇌 손상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MRI와 같은 검사도 뇌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뇌의 ‘보이지 않는 손상’에 검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처럼 대기오염이 뇌에 미치는 경로는 몇 가지로 설명된다. 우선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는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건강한 사람의 대뇌피질 두께는 평균 2.5mm인 반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2.2mm로 얇다. 그런데 대기오염은 대뇌피질을 감소시키는데, 특히 초미세먼지는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이산화질소는 뇌 전체에 영향을 미쳐 광범위한 손상을 유발했다.

또 대기오염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폐로 유입되어 전신 염증을 유발하며, 이 염증 반응이 뇌에 도달하면 신경염증을 일으킨다. 뇌에서 발생한 염증은 치매 발병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혈관과 뇌 사이에 있는 장벽을 통과해 직접 뇌손상을 일으킴과 동시에 뇌혈관에도 염증을 일으켜 혈관성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대기오염은 DNA와 단백질의 변형을 유발하여 후천적으로 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한다. 이렇게 변형된 유전자를 통하여 신경세포의 퇴행이 발생하며 그 결과로 치매의 발병 및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대기오염에 특히 취약하다. 고령화에 따른 폐 기능, 심장 기능, 면역 기능 등 전반적인 신체 기능의 감퇴로 인해 대기오염에 대한 방어 능력이 약화된다. 즉 체내에 흡입된 미세먼지를 체외로 배출하여 독성을 완화하거나 제거하는 능력이 젊은 성인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다. 이미 다양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기존 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지금의 노년층은 젊었을 때 흡연율도 높았고 작업환경도 열악했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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