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나무호 4시간만 화재 진압

한국인 6명 등 24명 승선원 무사

해협 내 韓선박 26척… 안전 위협

트럼프 "이란 소행"… 韓파병 압박

靑 "국내법 절차 등 감안해 검토"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한국 해운사 선박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하면서 해협 에 갇힌 한국인 선원 160명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고를 이란의 피격으로 단정하고 군사작전 동참을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이재명 정부는 사고 발생 원인 파악에 집중하는 가운데 선원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5일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40분쯤 아랍에미리트(UAE) 인근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정박 중이던 에이치엠엠(HMM) 운용 다목적 화물선 '나무호' 기관실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화재는 약 4시간 만에 진압됐고 한국인 6명을 포함한 선원 24명은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번 사태로 한국 선박들은 호르무즈에 사실상 갇힌 신세가 됐다.

청와대는 이날 낮 12시30분부터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진상 파악과 선원 구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해방 프로젝트' 작전과 관련한 선박 이동 문제에 대해 한국의 화물선 등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몇 차례 발포했다"고 밝혀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기도 전에 이번 사고가 이란의 소행임을 단정적으로 규정했다. 이어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하며 한국군 파병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청와대는 "정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국제법상 보호되어야 할 원칙이라는 입장 아래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안정, 회복, 정상화를 위해 여러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언급도 주목하고 있다"며 "미측이 제안한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제안에 대해서도 상기 원칙, 한반도 대비태세,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고 선박과 관련해 정부는 예인선을 통해 인근 항만으로 접안시킨 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을 파견해 안전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객관적 원인 규명을 위해 선사 자체 조사와 별도로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를 현지에 급파할 예정이다. 예인과 분석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원인 규명에는 수일이 걸릴 전망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두 달째 해협 안쪽에 발이 묶여 있는 한국 국적 선박 26척과 내국인 선원 160명의 구출과 안전 확보다. 정부는 해수부와 청해부대를 통해 사고 선박과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며 일 단위로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단 한 척의 국적선도 구출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상선 2척이 구축함의 호위를 받으며 해협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일본도 상선미쓰이(MOL) 및 이데미츠 코산 소속 선박 등 총 4척이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란의 페제시키안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일본 선박의 안전 통항을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AP=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AP=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선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5일 오후 HMM 선박 종합상황실이 있는 부산 중구 HMM 오션서비스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HMM 운용 선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5일 오후 HMM 선박 종합상황실이 있는 부산 중구 HMM 오션서비스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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