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 기능 집중…원전 수출 체계 재편 추진
원전수출진흥법 추진…수출 체계·운영 기준 법제화
산업부 이달 일원화 방안 발표…"세부 내용 아직 미정"
정부가 한국전력에 원전 수출 총괄 기능을 맡기는 법 제정을 연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이원화된 구조에서 반복된 비효율과 갈등을 줄이고 대외 협상력을 높이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수출 창구 일원화에 따른 효율성 제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인력 감축 등 부작용을 줄일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연내 '원전수출진흥법'(가칭) 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공기업의 수출 체계와 운영 기준을 법으로 묶어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이는 한전과 한수원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를 두고 충돌한 데서 비롯됐다.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따낸 원전 사업이다. 한전이 계약을 맡고 한수원은 시운전과 운영을 맡았다.
당초 계획보다 완공이 4년가량 늦어지면서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이 비용을 두고 한수원은 한전이 먼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전은 UAE 측 정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가 비용 부담을 둘러싼 이견은 결국 해외로 번졌다.
양사는 추가 비용 정산 갈등을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으로 가져갔다. 법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공기업 간 '집안싸움'이 해외로 번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으로 옮기도록 권고했다.
산업부는 두 기관의 갈등 원인을 이원화된 수출 구조에서 찾고 '체계 일원화'를 검토해 왔다. 논의의 초점은 두 갈래다. 바라카 원전 분쟁과 같은 사안을 국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문제와 더불어 원전 수출 거버넌스를 손질해 업계 간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현재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원전 수출 거버넌스를 나눠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전이 수출을 맡았지만, 지금은 역할이 분리됐다. 한전은 미국과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19개국을 담당하고, 한수원은 체코와 폴란드, 슬로바키아, 필리핀 등 32개국을 맡는다.
정부는 대외 인지도와 협상력, 자금 동원력이 앞선 한전을 원전 수출 총괄기관으로 세우기로 가닥을 잡았다. 한전은 총괄기관을 맡아 사업 개발부터 타당성 조사, 협상, 입찰, 계약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게 된다.
다만, 실제 계약에는 한수원을 공동 주계약자로 명시할 방침이다. 바라카 원전 이후 불거진 공사비 정산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보완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법안에는 국내 원전 기업 지원 방안도 담길 계획이다. 정부는 시장 개척과 정보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금융 지원과 정부 출연, 별도 기금 조성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전 수출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 글로벌 인증 지원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한전과 한수원으로 나뉜 원전 수출 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방침이다. 다만 법 제정 시기와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통합의 핵심은 효율성 제고와 시너지 확보라고 짚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중기적으로는 기존 한전과 한수원이 맡던 사업을 각자 운영하는 형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행정 조직 통합 사례처럼 초기에는 인력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 채용을 줄이고 자연 감소를 기다리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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