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기원, 2030년 목표 수심 300m ‘유인 잠수정’ 개발 중
최대 3인 탑승, 탑승자 보호 ‘압력선체’ 개발...비상 시 분리 후 부상
신 박사 "기술 자립·표준 확보…세계 7번째 심해탐사기술 보유국"
"우주에 이어 우리의 시선을 바다로 돌릴 때입니다. 그 갈림길에 유인 잠수정이 있습니다. 자체 기술 확보뿐 아니라 국제 표준 인증 획득을 통해 'K-해양안보'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천해용 유인 잠수정 개발을 이끄는 신창주(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ICT·모빌리티연구부 박사의 말에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담겨 있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의 발사체로 우주에 갈 것이라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나로호를 거쳐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며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우주강국에 진입했다. 신 박사는 이 '성공 방정식'을 유인 잠수정 개발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국가 전략자산의 선택권과 자율성 확보 측면에서 유인 잠수정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전략기술 기반의 K-해양생태계 조성을 위해 수중 유인 이동체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양과기원은 해양수산부의 '천해용 수중 모빌리티 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심 300m 이내에서 운용 가능한 '소형 유인 잠수정'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25억원을 투입해 최대 3명까지 탑승 가능한 잠수정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잠수정은 배수량 300톤 미만의 수중에서 항해할 수 있는 유무인 이동체를 의미하며, 배수량 300톤을 넘으면 잠수함으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 수중 탐사는 주로 무인 잠수정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수중 통신 지연과 제한된 시야 정보로 인해 정밀 작업이나 돌발 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다.
특히 해저 케이블 사고 대응이나 침몰 선박 수색 등을 위한 주요 수중 작업 장비를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기술 자립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 박사는 "수중 이동체 개발이 지속되지 않으면 우리 바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해양 위기 대응을 해외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점에서 임무 특성과 환경에 따른 통합 운용을 위해 무인과 유인 이동체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은 심해까지 활용 가능한 유인 잠수정을 독자 개발해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내 산업 기반의 한계로 인해 유인 잠수정 개발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지 못했다.
유인 잠수정은 수중환경 관측과 해저 작업, 심해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하며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양과기원이 개발 중인 유인 잠수정은 하드웨어의 견고함과 소프트웨어 제어 정밀성을 결합해 탑승자 안전을 강화하는 게 다른 잠수정과 비교해 가장 차별화된 점이다.
약 30기압의 극한 수압을 견디는 압력선체는 탑승자를 보호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비상 상황에서는 조종사가 탑승한 압력 선체 자체가 분리돼 수면으로 떠오르록 설계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혁신적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용한다.
압력선체의 미세 변형이나 내외부 시스템 이상 징후를 실시간 자동 감지해 탑승자가 선체 이상을 느끼기 전에 사고를 예방하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한다.
신 박사는 "수심 300m급 유인 잠수정 개발과 운용 경험은 향후 심해(수심 6500m) 유인 잠수정 기술로 확장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심해 유인 탐사기술 보유국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양과기원은 유인 잠수정을 중심으로 원격조종잠수정(ROV), 자율무인잠수정(AUV) 등 무인 장비와 연계해 한국형 통합 해양장비 운용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 박사는 "유인 잠수정 분야의 국제 표준과 규제 주도권이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우리만의 독자 기술과 실증, 표준 등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누리호 개발 사례처럼 선제적 투자로 유인 잠수정 분야에서 기술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부터 깊은 바다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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