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직 내려놓고 ‘평범한 이사’로… 사상 초유의 잔류 선언

“연준 독립성 위험 처했다” 법적·정치적 외풍에 정면 돌파

금리 동결됐지만 논의는 ‘치열’… 인플레이션 경계령 지속

강한 회복력 속 ‘불편한 고용’… 안개 속 미국 경제 진단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이사회에 남아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실상 차기 의장 체제에서 ‘외풍’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한 뒤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5월 15일부로 의장 임기가 종료된 후에도 일정 기간(for a period of time) 이사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시기 동안 “이사로서 조용히(low profile)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이 퇴임 후 이사직 유지를 결정한 배경에는 연준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관련 법무부 수사와 관련해 “최근 수사 종결을 통보받았고 상황 전개를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수사가 투명하고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연준의 독립성이 현재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은 “나의 우려는 연준에 가해지는 일련의 법적 공격”이라며 “이는 우리가 정치적 고려 없이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러한 비판이 선출직 공직자들의 단순한 구두 비판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그림자 의장’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결코 그런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며 평범한 이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언제 떠날지는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 결정하겠다”고 못 박았다.

통화 정책 면에서 연준은 신중한 관망세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에 앞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지와 관세 불확실성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이번에 정책 기조 변경 여부를 두고 이전보다 훨씬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하면서도 “당장 인상을 주장하는 위원은 없었으며 모두가 동결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리 수준은 중립 금리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과 우려가 교차했다. 파월 의장은 “소비 지출이 견조하고 기업 투자가 확대되는 등 경제가 꽤 회복력이 강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낮은 실업률 속에 신규 일자리 증가는 제한적인 현재 상황을 “이례적이고 불편한 균형 상태”라고 정의했다.

그는 상원 인준을 통과한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지명자에 대해 축하를 건네며, 그가 정치적 압력에 잘 대응할 것이라는 청문회 답변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결국 파월의 잔류 선언은 차기 체제로의 이행기 속에서 연준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가치를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마지막 메시지로 해석된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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