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에게 '쿠팡의 동일인(총수)'이라는 족쇄가 채워졌다. 쿠팡의 핵심 사업지인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자가 됐다는 의미다. 김 의장을 직접적인 규제 대상으로 정한 공정위의 조치에 쿠팡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러한 갈등 구도가 한미 통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한국법인에서 자연인 김 의장으로 변경하면서, 김 의장은 재벌 규율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됐다. 이로써 한국 정부는 김 의장에게 쿠팡과 관련해 필요한 의무·책임을 지울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김 의장은 같은 미국 국적자인 이우현 회장이 2018년 OCI그룹의 총수로 지정돼 각종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규제 등 법적 책임을 져 온 것과 달리 동일인 지정을 피해왔다. 이에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특혜', '이중잣대'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오던 터였다.
이번 총수 지정으로, 김 의장을 향한 사회적 책임 이행 요구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국 상장사인 쿠팡의 외국인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국내에 공식적인 포지션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해 왔다"며 "이번 동일인 지정으로 김 의장에게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인 지정에 따른 후폭풍도 예고된다. 향후 한국과 미국 간 통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측이 그간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사를 두고 '자국 기업 차별' 가능성을 제기해 온 만큼, 동일인 지정이 양국 간 통상·외교·안보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의장으로 동일인을 변경한 것이 최근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등의 문제가 불거진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쿠팡이 한국 정부에 대한 정면 대응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 향후 동일인 지정을 문제삼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팡의 로비로 쿠팡 문제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한미 간 갈등 현안으로 부상했다. 외교·안보 협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다.
미국 측은 쿠팡에 대한 정보 유출 조사 등 일련의 조치에 대해 자국 기업 차별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제기해왔다. 미국 측 문제 제기는 단순히 쿠팡이라는 개별 기업을 넘어 '미국 기업 차별 금지'라는 기조와 맞물려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에는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쿠팡 같은 미국 기업 차별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발송했다. 외교부는 미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관련 사안을 설명하는 등 아웃리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설득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혜국 대우 위반 등을 이유로 불복을 예고해 온 쿠팡은 현 지배구조가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점, 미국에 본사를 둔 상장기업에 대한 이중규제 문제, 다른 외국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번 동일인 지정을 반박하는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김 의장 동생이 경영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에게 4년간 140억원의 보수가 쿠팡Inc로부터 지급된 사실이 지난해 말 디지털타임스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이번 동일인 변경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동생 김씨의 보수 등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해 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본보 12월 29일자 1면 기사 참조
공정위는 그간 쿠팡이 김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점이 공시자료 허위 제출인지, 제재가 필요한지도 살펴보고 있다. 쿠팡 법인이나 김 의장을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쿠팡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쿠팡Inc는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로, 김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생 김씨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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