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경영 참여 확인… 동일인 지정

국내외 계열사현황 등 공시 의무화

쿠팡은 반발… "행정소송에서 소명"

김범석 쿠팡Inc 의장.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Inc 의장. [연합뉴스]

미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김 의장 친족의 경영 참여가 확인돼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일인 지정에 따라 쿠팡은 해외 계열사 공시를 포함한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금지 등 규제가 적용된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쿠팡 정보 유출 조사 등을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번 동일인 지정이 또다른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디지털타임스 DB]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디지털타임스 DB]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쿠팡 동일인을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해 지정했다고 밝혔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것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의장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이후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2024년 5월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충족한 쿠팡에 대해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해 왔다. 시행령은 총수와 친족의 출자나 경영 참여가 없고 계열회사 범위도 변하지 않을 때 법인을 동일인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김 의장의 친동생 김유석 부사장 문제가 드러났고, 공정위 현장점검 결과 김 부사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에 준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내에서 미국명 '유 킴'으로 불리는 그는 쿠팡Inc 소속 미등기 임원으로 국내에 파견 근무 중이었으며 직함은 '글로벌 물류효율 개선총괄'이었다.

그는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서 '최상위 등급'에 속해 주요 사업 결정에 참여해 왔다. 보수와 대우도 등기임원 수준이었고, 물류·배송 정책 회의를 주도하는 등 사업 방향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보 2025년 12월 29일자 1면 참조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쿠팡의 친족 경영 참여 관련해서 신고가 들어왔다"며 "법인에서 자연인으로 동일인이 변경되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주체와 정책상 책임 주체가 일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일인이 김 의장으로 변경되면서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친족·인척의 국내외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을 매년 공정위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이번 지정 결과를 바탕으로 주식소유와 채무보증, 내부거래 등 기업집단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쿠팡은 동일인 자연인 전환에 반대해왔다.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반발해 공정위 동일인 판단 이의심의위원회까지 거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쿠팡이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를 부인해온 점이 공시자료 허위 제출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에는 동일인 지정 외에도 쿠팡 관련 사건이 다수 진행 중이다. 동일인 변경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쿠팡은 즉각 반발했다.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과 친족은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고, 동생 김 부사장도 공정거래법상 임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다"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의 예외조건을 충족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쿠팡을 둘러싼 규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미국 투자자의 국제투자분쟁(ISDS)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 조사에 반발해 ISDS에 나선 바 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김 의장에게 법률적 리스크와 부담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동일인 지정 여부 자체를 다투는 소송은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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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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