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MBN ‘한일가왕전’의 3탄이 시작됐다. TV조선 ‘미스-미스터트롯’ 제작진이 MBN과 진행하고 있는 시리즈다. 1차 오디션인 ‘현역가왕’으로 기성가수 출연자들 중에 7명을 뽑은 후 일본의 대표와 더불어 ‘한일가왕전’에서 국가 대항전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트로트 경연프로그램이 모태인 만큼 트로트 가수들이 주로 나오긴 하지만, 트로트에 한정된 프로그램은 전혀 아니고 그보다 훨씬 폭이 넓다. 이번 ‘현역가왕3’에선 ‘나는 나수다’ 출신 뮤지컬 스타인 차지연이 2위에, 걸그룹 EXID 출신 허솔지가 7위에 각각 올랐다.

일본 대표 7인은 더 트로트와 거리가 멀다. 아즈마 아키 정도만 엔카 전문이고 그 외엔 일반적인 현대적 대중음악을 하는 이들이다. 그렇다보니 ‘한일가왕전’에선 다양한 음악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일본 대표들 순서 때 현대적인 제이팝 곡들이 많이 불린다.

이것이 시청률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은 보통 중장년층이 많이 좌우하기 때문에, 트로트 명곡들이 나왔을 때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특히 ‘한일가왕전’은 ‘미스-미스터트롯’ 제작진의 경연프로그램인 만큼 트로트 시청층의 기대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에선 트로트가 아닌 생소한 일본의 팝가요가 나오니 주시청층 입장에선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도 처음엔 매우 신선했기 때문에 주목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일본 노래가 거의 방송되지 못했었는데 ‘한일가왕전’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2024년 ‘한일가왕전1’은 시청률 11.9%까지 기록하며 히트했다. 하지만 2025년 2탄은 최종회 시청률 2.8%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겠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트로트가 나오지 않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대적인 일본 제이팝을 좋아할 법한 시청자는 트로트 프로그램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보지 않고, 트로트 고정 시청층은 트로트가 안 나오니까 채널을 돌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시작된 3탄은 반전의 기미가 보인다. 1회 시청률 5.6%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워낙 실력이 탄탄한 출연자들이 한일 양국의 명곡으로 열창의 향연을 벌이니 점차 고정 시청층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기존 ‘한일가왕전’과 거기에서 파생된 예능프로그램의 무대 영상이 그동안 유튜브를 통해 화제가 됐었기 때문에 이번 3탄은 2탄보다 관심이 커진 듯하다.

3탄 초반엔 그런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 높은 무대들이 이어졌다. 한국 대표 홍지윤, 차지연, 이수연, 구수경, 강혜연, 김태연, 솔지 등은 당연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가창을 선보였는데 일본 대표들도 그에 못지않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대결이었다. 앞으로 시청률이 더 상승할 수 있을까?

앞에서 언급했듯 트로트가 아닌 다양한 노래들, 특히 생소한 제이팝을 선보인다는 점이 더 이상의 상승을 힘들게 만들 수도 있는 약점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더 주목 받을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선 일본 노래의 방송이 금지돼왔다. 식민 지배를 당했던 역사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서구 문화를 훨씬 먼저 받아들여 현대문화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일본문화에 문을 열 경우 자칫 일본에 문화적으로 종속될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문화 규제는 당연했지만 이런 상태가 영원할 수는 없다. 문화는 원래 흐르는 것이다.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우리가 경제문화적으로 성장하면서 일본 대중문화에 종속될 걱정은 이제 사라졌다. 오히려 일본 측에서 폭발적인 한류의 확산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런 정도라면 문화 종속을 걱정하지 않고도 일본 문화에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딱 그런 시기에 시작된 것이 바로 ‘한일가왕전’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서구화해 세계 열강 반열에 올랐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의 대중음악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한일가왕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제이팝이 소개되면 그게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되어, 우리 대중음악계가 보다 다양하고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일본 노래에 문호를 여는 모습이 일본인들의 한류에 대한 경계심을 낮춰, 한류 열풍을 더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일가왕전’ 같은 프로그램들이 명맥을 유지하며 우리 가요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양국 문화 교류의 장이 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하겠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