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망 사용료'를 문제 삼은 엑스 게시글. 연합뉴스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망 사용료'를 문제 삼은 엑스 게시글. 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의 네트워크 사용료(망 사용료)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7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 수출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터무니없는 무역 장벽' 10가지를 제시하며 한국의 망 사용료를 네 번째 사례로 들었다. USTR은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인터넷 트래픽 전송과 관련해 네트워크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한국만 예외"라고 적었다. 망 사용료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발생시키는 대규모 트래픽 처리 비용을 통신사업자와 분담하는 개념이다.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들은 트래픽 증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 등 미 빅테크 기업들은 '이중 과금'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의 망 사용료 정책을 대표적인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꼽아왔다. USTR이 발간하는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됐고, 이번에 또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제기 방식과 시점이다. 공식 보고서가 아닌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환기한 것은 여론을 선점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일각에서 향후 무역법 301조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디지털 서비스 분야를 새로운 통상 분쟁의 전선으로 끌어들이려는 사전 정지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망 사용료를 받느냐 마느냐'의 차원이 아니다.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분담할 것인지에 관한 구조적 문제이자,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통상 규범을 둘러싼 충돌이다. 이 사안이 통상 마찰로 비화할 경우 파장은 커진다. 디지털 분야를 넘어 전반적인 한·미 경제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정교한 전략이다. 국제 규범과 산업 현실을 함께 고려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원칙을 지키되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는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통상 마찰로 비화하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하면서도 국익을 지키는 해법을 신속히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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