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창 디지털주권회복 시민위원회 위원장(두원공대 교수·경실련 정책위원장)

국내 게임산업은 오랫동안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과 과도한 수수료 구조에 의해 심각한 부담을 받아왔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사 결제시스템 사용을 강제하고, 이에 따라 게임사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지급해왔다.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 콘텐츠 축소, 개발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구조적 피해를 직접 입고 있는 적지 않은 게임사들은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은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거나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많은 대형 게임사들은 침묵하거나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한 소극성을 넘어, 경우에 따라서는 경영진의 권리보호 의무 위반 또는 주주에 대한 책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기업 경영진은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만약 특정 거래구조가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경쟁제한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회사가 장기간 과도한 비용을 부담해 왔다면, 그 피해 회복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경영 판단의 영역이다. 특히 국내외에서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앱마켓 사업자의 반경쟁 행위에 대한 판결과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아무런 법적·정책적 대응 없이 침묵만 유지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침묵이 결과적으로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를 입은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침묵하면 시장은 변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플랫폼 사업자는 “산업 전체가 현 체제를 수용하고 있다”는 논리를 강화하게 되고, 결국 불공정 구조는 장기화된다. 이는 단지 개별 기업의 손실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자율성과 디지털 주권 문제와도 연결된다.

특히 중소·중견 게임사들의 경우 피해 규모에 비해 대응 역량이 부족해 침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업계 전체가 연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 청구, 집단적 법률 대응, 정책 개선 요구, 국회 및 정부기관과의 협력 등 다양한 수단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체념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문제 제기다.

현재 필요한 것은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다. 플랫폼 종속 구조가 실제로 산업에 어떤 피해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피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다. 게임사 경영진 역시 단기적 관계 악화를 우려해 침묵만 선택할 것이 아니라,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국내 게임업계가 직면한 인앱결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피해를 인식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 침묵의 비용은 결국 산업 전체와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구글과 애플 역시 국내 게임사 집단소송에 대해서도 동일한 주장의 레퍼토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 게임이용자 협회, 게임산업 단체 등 이해당사자는 물론, 뜻있는 사회적 원로와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나서 민간 주도의 디지털 주권회복 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이를 지원하고 나서 고무적이다.

지난 1907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IMF 금 모으기 시민운동의 맥을 잇는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정부도 국민주권 정부의 새로운 자주와 민주의 불꽃을 피우는 시민운동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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