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전남대 교수(AX아쿠아팜연구소장)

김태호 전남대학교 교수(AX아쿠아팜연구소장)
김태호 전남대학교 교수(AX아쿠아팜연구소장)

2025년 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이 완료되면서 우리나라 해양 정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는 부산을 글로벌 해양 허브로 육성하고 해운·항만·물류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과 해운 경쟁력 강화 등 ‘해양의 시대’를 향한 정책 논의도 활발하다.

하지만 이러한 해양 전략 논의 속에서 또 하나의 축인 수산 산업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해운과 물류가 글로벌 공급망을 움직이는 핵심 동맥이라면, 수산은 국민 식탁을 책임지는 식량 안보 산업이자 연안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실물 경제의 뿌리다.

특히 수산업은 어업 및 양식에서 가공, 유통, 식품 산업까지 연결되는 잠재력이 큰 분야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다변화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책의 무게 중심은 산업 성장보다 자원 관리와 규제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수산이 가진 산업적 잠재력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어촌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와 기후 변화에 따른 어장 환경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어업 구조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단순 생산을 넘어 스마트 양식, K-블루푸드, 수산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산업화를 뒷받침할 정책 거버넌스와 실행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변화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이를 현실로 전환할 추진 동력과 제도적 기반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1999년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어촌지도 기능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면서, 기존의 수산지도 체계와 수산지도직 공무원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 과정에서 중앙 연구기관의 첨단 연구 성과가 산업 현장으로 확산되는 전달 체계가 끊겼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연구와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산업 현장의 소득으로 연결하는 체계적인 ‘가교’가 사라진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농업 분야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정책을 담당하고, 농촌진흥청이 연구와 기술 보급을 전담하는 강력한 이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스마트 팜 기술이 현장으로 신속히 확산되어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 수산은 연구와 산업을 연결하는 ‘진흥 체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 결과 산업 육성보다는 관리 중심의 보수적인 정책 환경이 고착화되었다.

이제는 수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관리 중심에서 산업 진흥 중심으로 확장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모델을 참고해 가칭 ‘수산진흥체계’를 구축하고, 스마트양식 기술 확산과 수산식품 산업 육성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구 성과가 현장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수산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지방 시대’의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핵심적인 열쇠다. 수산업은 전국 연안 지역에 고르게 분포해 있어, 산업이 활성화되면 어촌 경제는 물론 가공·유통·관광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지금이야말로 수산을 미래 산업으로 재설계할 골든타임이다. 해운과 항만이 국가 경제를 움직이는 동맥이라면, 수산은 연안 경제와 국민 식탁을 지탱하는 실물 경제의 뿌리다. 과거 어촌지도직이 수행하던 현장 밀착형 기술 보급 기능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고, AI 전환(AX) 등 첨단 연구 성과를 산업 현장으로 즉각 전파할 ‘수산진흥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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