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수급 5년래 최악.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 전세 수급 5년래 최악.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2021년 ‘전세 대란’ 당시를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최근 5년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며 현장의 비명이 커지는 중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4월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8.4로, 2021년 6월 넷째 주 (6월28일 기준) 110.6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를 내놓는 사람보다 구하려는 사람이 많음을 뜻한다. 0에 가까우면 그 반대다.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뜻이다. 그나마 나온 매물은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뛰는 상황이다.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번지수를 잘못 짚고 있다.

전세난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정책에 있다. 지난 문재인 정권이 밀어붙인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의 부작용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 내 신규 입주 물량이 급감하며 ‘공급 절벽’이 현실화됐다. 여기에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 구입시 2년 실거주 의무가 가해지는 등 규제가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수요까지 아파트로 쏠리면서 서울 전역의 전세 수급은 그야말로 ‘질식 상태’다.

특히 다주택자를 ‘적’으로 돌리는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의 낡은 프레임은 전세난에 기름을 붙고 있다. 전세 물량의 절대 다수는 민간 다주택자들을 통해 공급되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보유세 중과 등의 엄포로 전세로 내놓은 집을 팔라고 강제한다. 다주택자 가운데는 매도시 물어야 하는 엄청난 양도세로 인해 증여를 택한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사실을 지난 정부의 실패를 통해 뼈저리게 확인했음에도 똑같은 과오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급매물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도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부동산 대란의 원인은 다주택자에 있지 않다. 시장이 원하는 공급은 늘리지 못하고, 대출을 막고 세금을 중과하는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팔려고 해도 엄청난 양도세 때문에 팔지 못하고, 사고 싶어도 대출을 받을 수 없어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만든 지금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정부가 초래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투기꾼 사냥’ 식의 이념적 접근을 버리고 시장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때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금 압박을 완화해 시장에 매물이 돌 수 있는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 도심 내 민간 아파트 공급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도 보내야 한다. 서민들에게 전세는 단순한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이 사다리가 끊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과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중과세만으론 결코 전세 문제를 풀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민간이 자발적으로 전세 물량을 내놓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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