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북한이 집속탄을 장착한 지대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무기로 넓은 지역을 제압하는 전술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오늘날에는 그 파괴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군사적 위협을 넘어 윤리 문제까지 불러내는 집속탄, 이제 그 위험이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강철 비’의 진화

집속탄은 하나의 탄체 안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자탄(子彈)을 담아 공중에서 흩뿌리는 폭탄이다. 자탄이 사방으로 퍼지며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에 ‘강철 비’라는 별칭이 붙었고, 무차별적 살상이 가능해 ‘악마의 무기’로도 불린다.

집속탄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오늘날처럼 정교한 무기는 아니었지만, ‘하나의 탄 안에 여러 파괴수단을 담아 보다 넓은 범위를 공격한다’는 개념은 고대 전장에서 자주 발견된다.

기원전 그리스와 로마 군대는 투석기 바구니 안에 잘게 쪼갠 돌과 쇳조각을 함께 넣어 발사했다. 적의 밀집 대형을 무너뜨리기 위한 일종의 ‘확산형 무기’였다. 불붙은 항아리 안에 기름과 파편을 채워 던지는 방식 역시 초기 형태의 집속 무기로 볼 수 있다.

근대 들어 이 개념은 폭발 기술과 결합하며 구체화됐다. 18세기 말 영국군 포병 중위 헨리 슈라프넬(Henry Shrapnel)은 포탄 내부에 수십 개의 납탄(쇳구슬)을 넣고, 공중에서 폭발하는 대인용 탄을 발명했다. 현대 집속탄의 ‘원형’으로 불리는 ‘슈라프넬 탄’이다. 이 무기는 1803년 영국군에 채택됐고, 나폴레옹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며 큰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밀집 대형으로 진격하던 보병에게 치명적이었다. 슈라프넬는 그 공로로 장군까지 진급했다. 하지만 그는 훗날 ‘보병의 살인자’로 불렸다.

현대적 의미의 집속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독일과 소련, 미국 등 주요 참전국들은 하나의 폭탄 안에 수십 개의 소형 폭탄을 넣어 공중에서 살포하는 방식의 무기를 개발했다. 자탄은 각각 독립적으로 폭발해 치명적 파괴력을 과시했다. 독일 공군이 사용했던 ‘SD-2’(나비폭탄)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 전쟁 때도 사용됐던 집속탄은 베트남전에서 대량 사용됐다. 미군은 울창한 밀림 속에 구축된 북베트남의 보급로와 게릴라 거점을 제압하기 위해 집속탄을 집중 투하했다. 베트콩에게 물자와 인력을 지원하는 ‘호치민 루트’를 따라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폭격이 확대되면서, 이 일대에는 수억 개에 달하는 자탄이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에도 집속탄은 꾸준히 등장했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2000년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비슷한 장면은 반복됐다. 최근 전쟁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집속탄을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전쟁에서 집속탄의 일종인 ‘플레셰트탄’을 투하했다. ‘플레셰트’는 프랑스어로 ‘작은 화살’을 말한다. 폭탄이 공중에서 터지면 수천개의 화살탄이 흩뿌려져 광범위한 피해를 입힌다.

이란 전쟁에서도 집속탄은 모습을 드러냈다. 이란은 소형폭탄 20∼30개를 탄두에 탑재한 탄도미사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었다.

◆전쟁 뒤에도 ‘폭발’은 계속된다

집속탄은 일정 구역 전체를 쓸어버리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효율적이다. 그러나 그 효율성은 곧바로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자탄의 5~30%가 폭발하지 않고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흙이나 경사면에 떨어지면 ‘살아 있는 지뢰’가 된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땅속에 남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집속탄은 ‘시간차 폭탄’으로도 불린다.

피해는 대부분 민간인에게 돌아간다. 농부는 밭을 갈다 사고를 당하고, 아이들은 장난감처럼 생긴 자탄을 만지다 목숨을 잃는다. 국제단체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98%가 민간인이고, 그중 상당수가 어린이다. 베트남전이 끝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라오스에서는 집속탄으로 인한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전쟁은 끝났지만, 폭탄은 끝나지 않았다.

이에 국제사회는 2008년 ‘집속탄 금지협약’(CCM)을 통해 집속탄의 사용과 생산, 비축을 금지했다. 하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군사 강국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국과 북한도 협약 가입을 미루고 있다. 그 결과 집속탄은 금지된 무기이면서도 여전히 사용되는 ‘이중적 존재’로 남아 있다.

◆수도권 겨눈 北 집속탄

북한은 지난 6~8일과 19일 연이어 집속탄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5기의 전술탄도미사일이 136km를 날아 축구장 18개 면적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은 물론 평택 주한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가 모두 사정권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전 초기 수도권을 겨냥한 고밀도 타격 능력을 점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집속탄의 파괴력은 단기간에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우리 군의 대응이 시급해졌다. 집속탄은 광범위 피해를 유발하는 비대칭 위협이라서 발사 전 무력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 위성·무인기·신호정보를 결합한 감시망과 인공지능(AI) 기반 ‘킬체인’ 구축이 필요하다. 변칙 궤적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다층 방어 체계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한 번 흩뿌려진 집속탄은 순간의 폭발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따라 이어지는 ‘긴 상처’가 된다. 그래서 집속탄은 금지됐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되레 더 정교해지고 있다. 집속탄의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박영서 논설위원(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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