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식 산림청장

“가격은 절반인데 성능은 경이롭다.” 최근 중동의 긴박한 교전 상황 속에서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Ⅱ’가 보여준 탁월한 요격률은 전 세계 방산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표적을 정확히 포착해 제압하는 압도적인 기술력은 단순한 무기체계를 넘어 이제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자산이 되었다.

그런데 이 K-방산의 지향점이 이제 ‘화마’(火魔)로 향하고 있다. 하늘을 가르던 첨단기술이 ‘대형 산불’을 제압하는 게임체인저로 거듭나려는 것이다. 지난해 경남북 초대형 산불을 겪으며 전통적인 산불 대응체계에 파괴적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K-방산 기술의 접목은 언뜻 생소해 보이지만 필연적인 선택이다.

최근의 대형 산불은 과거와 양상이 천양지차다. 기후위기로 산불 현장은 역대 최장·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만 하는 ‘재난의 전장(戰場)’이 되었고, 이제 산불 대응은 단순한 진화를 넘어 고도의 전략과 첨단 기술을 요하는 ‘국가적 재난 안보’의 영역으로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위산업이 적의 위협으로부터 영토를 수호하는 보루라면, 산림청은 화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자산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 안보의 본질이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는 것이니, 그 가치 아래 산림과학기술과 방산 분야의 협력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귀결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지난 20일 산림청은 방위사업청과 첨단 방산기술 기반의 산불재난 대응을 위해 손을 잡았다. 지난해 10월 방산 발전 토론회에서 대통령께서 언급하신 ‘첨단 방산기술의 산불 현장 접목’이 11월부터 이어진 실무협력에 이어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특히, 이번 협력은 대형 산불 발생 시 군에서 보유한 인력과 헬기 등 산불 진화 자원의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국방 기술의 정수인 첨단 방산기술을 민간 영역인 산불재난 분야로 전이(Spin-off)하는 실질적인 ‘기술 융합과 교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연구개발 분야 협력으로, K-방산의 정밀타격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중 전력의 ‘군 헬기 물투하 정확도 향상’과 지상 전력의 ‘한국형 파이어돔(Fire-Dome)’의 협력 구상이다. 적의 미사일을 한 치의 오차없이 요격하는 기술이 산불의 거센 심장부인 화두(火頭)를 조준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된다면 군 자산의 평시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한편으로, 국가 전체의 산불재난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국가 총력 대응체계의 정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이 반세기 전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하던 척박한 환경을 딛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했듯, 산불재난 대응 체계 역시 과학적 예방과 정밀 진화 시대로 도약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드론이 실시간으로 산불을 탐지하고, 첨단 항법장치를 탑재한 헬기가 연무, 강풍 등 악조건 속에서도 안전하게 불길을 잡는 모습은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K-방산 기반의 산불대응 기술은 대한민국을 훌쩍 넘어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역사의 연구’를 쓴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답’의 과정이라 정의했다. 기후위기가 가져온 거대한 도전에 맞서 우리는 부처 간 경계를 허무는 기술 융합이라는 담대한 응답을 내놓았다. 산림은 현 세대가 잠시 빌려쓰는 미래세대의 고귀한 자산이다.

첨단기술이라는 든든한 방패를 얻은 K-산불대응 기술은 그 어떤 거센 불길 앞에서도 국민의 소중한 일상과 푸른 숲을 지켜낼 것이다. 이번 협력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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