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헝가리 총선에서 대승한 티사(Tisza) 당의 대표 피터 머저르.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헝가리 총선에서 대승한 티사(Tisza) 당의 대표 피터 머저르.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헝가리의 전격적인 거부권 철회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위한 900억유로(한화 약 155조원) 규모의 긴급 차관 지원과 대러시아 추가 제재안에 최종 합의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러시아산 석유 송유를 재개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외교적 갈등이 해결됨에 따라 이뤄졌다. EU 이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재정적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이번 지원안을 승인했으며 이르면 23일 모든 공식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당초 이 지원안은 우크라이나의 2026년과 2027년 재정 수요 중 약 3분의 2를 충당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처음 제안됐다.

그러나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 정부가 송유관 문제를 이유로 지난 3월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개월간 표류해 왔다.

이런 와중에 최근 실시된 헝가리 총선에서 16년간 집권해 온 오르반 총리가 참패하고, 친유럽 성향의 티사(Tisza) 당이 압승을 거두며 정권 교체가 확정되자 기류가 급변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페테르 머저르 당수가 ‘유럽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며 EU와의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오르반 퇴진 후의 과도 정부가 전격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확정된 900억유로는 전액 EU 예산을 담보로 자본시장에서 조달되며, 매년 450억유로씩 두 차례에 걸쳐 이자 없이 제공된다. 이 중 약 280억유로는 군사비로, 나머지 170억유로는 일반 예산으로 편성돼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과 국가 기능 유지를 위해 투입될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두고 “현재 상황에서 가장 올바른 신호”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드루즈바 송유관 재가동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EU 파트너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헝가리의 변화된 행보와 함께 그간 지연됐던 20차 대러시아 제재안도 조만간 가동될 것으로 보여, 유럽 내 러시아 압박 공조는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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