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확대를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기업 활동 전반으로 확대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집단소송법 제정 관련 공청회에선 여야와 전문가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민주당 및 친여 성향 야당 의원들은 개인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기획소송 남발로 인해 기업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찬반이 나뉘었다. 일부는 AI·플랫폼 시대와 개인정보 유출 등 대규모 피해 대응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남소(濫訴) 방지와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정교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경우, 판결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돼 나머지 피해자도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2005년 증권 분야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됐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가 다수일 때 소송 비용을 줄이고 권리 구제를 쉽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인 집단소송제를 참고해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견제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단소송은 '권리 구제 수단'이 아니라 '이익 추구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변호사와 소송 펀드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개인들의 권익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기업을 과도한 소송 위험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경기 둔화에 더해 이란 전쟁 후폭풍에 따른 물가 불안까지 겹친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소송제 확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된다면 기업에는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 집단소송제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설계가 선행돼야함이 마땅하다. 남소를 방지할 엄격한 요건, 소송 남용에 대한 책임 강화, 법원의 사전 심사기능 확대 등 보완책을 충분히 마련한 후 도입해도 늦지 않는다. 성급한 확대가 아니라, 균형과 책임을 담보한 설계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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