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동현 IT과학바이오부 디지털신산업팀장
"2022년 5조원대였던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2027년까지 10조원대로 확대해나가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4년 4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내건 목표다. '인공지능(AI)과 함께 성장하는 민간 주도 클라우드 생태계 조성'을 슬로건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개년의 클라우드 정책 방향을 담았다. 이제 1년 반 정도 남은 셈이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주요 국산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기업(CSP)들의 지난해 실적만 봐도 두 자릿수 수준의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익률 개선도 이뤘다. 출혈경쟁을 벌이곤 했던 관리형 서비스 사업자(MSP)들 또한 조금씩 이윤을 남기기 시작하며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이런 성장세는 급증하는 AI 수요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CSP들의 AI 인프라 사업은 클라우드 GPU 서비스(GPUaaS)로 쏠리고 있고, MSP들은 앞다퉈 AI기업 변신을 선언하면서 AI 기반 시스템 구축·운영에 뛰어들고 있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언젠가 AI라는 물이 빠지면 누군가는 발가벗고 있을지도 모른다.
익히 알려졌듯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세계로 뻗어나간 배경에는 미국 정부가 앞장서 부어준 마중물이 있다. 미 국방부(전쟁부)와 중앙정보국(CIA) 같이 민감한 안보 영역의 부처·기관들도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마련해줬다.
이와 달리 한국의 공공 부문은 과거 전자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진다. 세계 최초로 클라우드법을 제정하고도 10여년이 흘렀지만 단 한 번 개정이 이뤄졌을 정도로 클라우드 산업이 정치권 등의 관심을 못 받기도 했다. 예산 부족뿐 아니라 국가 정보기술(IT) 거버넌스 부재와 중복 규제도 공공 클라우드 전환의 발목을 잡아왔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중심의 정부 주도 센터 운영을,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통한 민간 클라우드 공공 도입을, 국가정보원은 국가망보안체계(N2SF)를 보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제각기 규제함으로써 칸막이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지난해 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정부시스템 가동중단 사태를 계기로 이런 비효율적인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기업에 적잖은 부담을 줬던 이중 보안인증 절차는 이제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 공공 부문에선 클라우드 도입 시 클라우드법에 따라 CSAP를 획득한 서비스가 우선 고려됐으나, CSAP로 면제받는 항목 외에는 결국 국정원의 보안 검증도 거쳐야 했다. 이에 과기정통부와 국정원은 이런 이중 보안인증 절차를 마침내 단일 체계로 개선하는 정책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CSAP를 사실상 폐지하고 국정원 클라우드 보안검증으로 일원화하는 게 골자다. 내년 하반기 시행 전까진 유예기간을 두고 CSAP 심사를 그대로 진행할 뿐 아니라, 시행 이후에도 기존에 받은 CSAP 효력과 기간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몇 가지 숙제도 있다. 기존 CSAP 등급제를 N2SF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 중요성이 더욱 커진 N2SF의 성공적인 안착은 필수적이다. 여전히 현장에선 그 복잡성과 모호함을 호소한다. 무엇보다 유예기간 동안에도 클라우드 시장이 얼어붙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산업계는 불확실성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 국무조정실 주도로 지난 2023년 급격히 도입된 CSAP 등급제, 망분리 규제 개선 정책으로 국정원이 2024년 준비에 들어간 N2SF 등으로 제도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공공 클라우드 전환은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단일 체계로 거듭나는 클라우드 보안 검증이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나아가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소버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미국 클라우드법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자국 클라우드 기업이 해외 서버 데이터까지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곳곳에 통상 갈등과지정학적 위기가 닥친 오늘날, 토종 클라우드의 필요성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AI 3대강국(G3) 도약을 위해 클라우드 G3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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