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면적 비슷해도 최대 9억 차이

단지별 들쑥날쑥… 분양폭리 논란

HUG 고분양가 심사 4년전 사라져

분상제 외 사실상 제재 방안 없어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문래동에선 3억원대, 노량진에선 12억원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입지에서 분양한 동일 면적 아파트 건축비가 단지별로 4배나 차이가 나면서 '고무줄' 공사비가 고분양가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먹구구식 고분양가를 심사할 방안마저 마땅치 않아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게시된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따르면, 지난주 청약을 받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자이드파인'(노량진 6구역 재개발)은 전용 59㎡ 기준 대지비는 8억8336만~9억9722만원대, 건축비는 10억7324만~12억1158만원대 수준으로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같은 면적의 아파트 건축비보다 최대 9억원이나 더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분양한 영등포구 신길동 '더샵 신길센트럴시티'(전용 59㎡ 기준)의 경우 대지비는 8억7381만~9억5922만원대로 노량진과 비슷했으나, 건축비는 4억5619만~5억78만원으로 2배 이상 격차가 있었다.

영등포구 문래동 '더샵 프리엘라'(전용 59㎡ 기준)도 대지비 8억4474만~9억2848만원대로 3곳 모두 땅값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건축비는 3억3837원만~3억7191만원대로, 노량진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약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 신길센트럴시티나 프리엘라보다 고급 자재를 쓴다고 해도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이앤씨가 분양한 강남권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인 '오티에르 반포'(전용 59㎡ 기준) 건축비가 5억2576만~5억6410만원대다. 노량진 단지와 비교해 5억원 이상 건축비가 낮다.

단지 규모나 커뮤니티 시설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건축비가 4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주먹구구식 고분양가 책정으로 분양 폭리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지비가 고정된 만큼 애초에 원하는 분양가를 산정해 놓고 건축비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전문가는 "분양가 산정 시 토지비는 고정돼 있어도 건축비는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금액"이라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던 오티에르 반포의 건축비가 5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분상제 적용 여부에 따라 건축비가 둘쑥날쑥 심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분양으로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량진뉴타운의 경우 토지비를 평가한 지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땅값) 인상분을 분양가에 반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신에 원하는 분양가 수준을 정해두고 그에 맞춰 건축비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분상제 적용 단지는 대지비와 건축비에 상한이 있지만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단지는 별도로 제재할 방안이 없다. 과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운영했으나 2022년 이후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HUG 관계자는 "2022년부터 고분양가 심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분양보증 심사의 일환으로 고분양가 심사가 있었지만 현재는 별도 관리지역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규정한 곳 외에는 분양가 심사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책정된 분양가를 심사할 방안이 미비한 만큼 제도 보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보통 건축비는 평당 1000만원, 커뮤니티 시설을 고려해도 건축비가 평당 2000만원 수준일 때 합리적이라고 보는데, 이번 노량진 건축비는 그보다 2배인 수준"이라며 "HUG가 관련 심사제도를 재개하는 등 적정 수준에서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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