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퇴직연금 54兆 돌파… 적립금 1위 ‘도약’
DB·DC·IRP에서 고른 성장… 자산 관리 효과
보험사 DC·IRP 수익률 눈길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신한은행이 삼성생명을 제치고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에서 1위로 올라섰다. 그동안 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에서 존재감이 아쉬웠던 보험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미는 등 변화가 감지된다.
22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4조7391억원을 기록해 삼성생명(53조4763억원)을 제치고 국내 42개 퇴직연금 사업자(증권·보험·은행) 중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퇴직연금 제도가 생긴 2005년 12월 이후 선두가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46조3974억원) 대비로는 8조3417억원(15.2%) 늘어났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IRP 적립금이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은행권 최다인 242개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제공하는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다.
고객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연금 관리 모델을 바탕으로 확정급여형(DB) 고객의 DC 전환과 IRP로 이어지는 운용 체계를 구축한 것도 효과를 봤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유형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올해 1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IRP 적립금은 20조8633억원으로 집계됐다. DB형은 18조519억원, DC형 15조8239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는 DB형, 은행은 DC형, 증권은 IRP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규모를 키운 것과는 차이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올해 들어서도 장세가 좋으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분들이 상품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ETF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자산 운용을 하는 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상담을 진행하는 등 고객의 자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오면서 적립금도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원리금을 보장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려는 고객들이 찾고 있다. 수익률에서는 증권사와 차이가 있지만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사 퇴직연금 운용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보험사는 그동안 DB형 중심으로 퇴직연금을 늘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스피의 상승세에 힘입어 DC형과 IRP에서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며 적립금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DC·IRP 합산 적립금 10조원 이상 사업자 중에서 DC형(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은 25.17%를 기록한 삼성생명이었다. NH농협은행(24.92%)과 삼성증권(24.63%)이 뒤를 이었다.
적립금 규모가 444억원으로 적지만 신한라이프는 DC형 원리금비보장에서 60.08%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KB손해보험(27.95%), 삼성화재(25.15%), 현대해상(25.10%), 한화생명(22.57%), 흥국생명(22.40%) 등 보험업계의 수익률은 높게 나타났다.
IRP에서도 보험사의 성장이 돋보였다. 합산 적립금 10조원 이상 사업자 중에서 NH농협은행의 IRP(원리금비보장) 수익률이 24.82%로 가장 높았고, 삼성생명이 23.28%로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21.26), NH투자증권(20.36%) 등 증권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적립금 규모는 작지만 교보생명(26.33%), 현대해상(26.19%), 삼성화재(22.40%)의 수익률도 높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기본적으로 초장기 자산운용 쪽으로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전과 달리 생명보험사들도 DC, IRP에 대한 운용 경쟁력이 많이 올라와서 수익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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