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연구원-포스코그룹 국제 콘퍼런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전환점에 서있다"
원화 거래 자유화 등 시장 접근성 개선 권유
기술 수용속도 빠른 한국 "AI시대 기회 선점"
구로다 전 日銀 총재, 구조개혁 필요성 강조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헨리 페르난데즈 회장이 "한국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경제와 경쟁력을 갖췄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가시화하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선진국 지수 편입의 요건으로 원화 거래 자유화 등 시장 접근성 개선을 지목하며 "제도 도입보다 실제 작동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즈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웨스틴서울파르나스 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전광우)과 포스코그룹이 공동 주최한 '초불확실성의 시대, AI 주도 산업 지형 재편: 한국 경제 재도약의 길' 국제 콘퍼런스에 원격 줌 라이브로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그의 발언은 최근 코스피 지수가 6000을 재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구조적 저평가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되는 흐름과 맞물려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MSCI는 약 16조달러(약 2.4경원)에 달하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추종하는 대표 지수로, 각국 증시를 선진·신흥·프런티어 시장으로 분류한다.
한국은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지만, 시장 구조 문제로 20년 가까이 선진국 지수 편입에 실패해왔다. 2008년 선진 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에 올랐다가 2014년 제외된 이후 재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페르난데즈 회장은 "선진국 시장의 핵심 조건은 투자자가 언제 어디서든 통화를 사고팔고 자산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한국은 이 부분에서 아직 개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인 장애 요인으로 원화 현물환 거래 제약, 해외 투자자의 복잡한 등록 및 포트폴리오 운용 절차, 부족한 헤지 수단, 공매도 관련 규제 등을 꼽았다. 이어 "영국이나 일본처럼 증시 개장 시간과 무관하게 역내외에서 통화 거래가 가능해야 하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정책 발표가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유동성과 접근성이 얼마나 확보되느냐"라며 실질적 실행력을 강조했다.
페르난데즈 회장은 이날 글로벌 경제 환경을 "인공지능(AI) 기술 혁명, 기후 변화 및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지정학적 질서 재편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하는 전환기"로 규정했다.
특히 AI에 대해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기술 변화 중 하나로, 단순히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사고와 의사결정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는 전 세계 고용의 약 40%, 선진국에서는 최대 60%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정학적 변화보다 훨씬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한국이 기회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르고 산업 경쟁력이 높은 국가"라며 "AI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면 불확실성을 격차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의 시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린다"며 "빠르게 적응하는 국가와 기업이 기회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동 정세에 대해서는 금융시장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 관련 갈등은 에너지 공급 차질을 유발하며 아시아와 글로벌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시장 반응은 다소 안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페르난데즈 회장 외에 구로다 하루히코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및 일본은행 총재, 노부오 타나카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김성열 산업통상부 산업성장실장,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임지원 포스코경영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구로다 전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정책과 구조개혁의 조화가 장기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고, 노부오 전 IEA 사무총장은 "에너지 전환과 안보를 동시에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성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성장실장은 "AI 중심 산업 재편 속에서 제조 강국 한국의 경쟁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기술 혁명이 맞물린 '초불확실성 시대'에 한국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도전을 점검하고, 자본시장 선진화와 AI 중심 산업 전환을 통한 재도약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시장 개방성과 제도 혁신, 그리고 기술 선점이 결합될 때 한국 경제가 새로운 도약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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