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500 기대에 ‘빚투’까지… 투자심리 과열 조짐

환율 롤러코스터에 달러예금 출렁… 은행권 운용 부담 가중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국내 은행권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코스피 8500 기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기술주 랠리 전망에 대기성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머니무브'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환율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은행권의 자금 운용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6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80조92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달(699조9081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보름 만에 18조9845억원이 급감한 수치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사실상 0%대에 머무는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이다.

이달 자금 대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증시 낙관론'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와 인공지능(AI) 주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근거로 코스피 전망치를 8500선까지 대폭 상향 조정했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가 각각 36만원, 200만원으로 제시되면서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강하게 자극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이자가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에 묶어두기보다, 강세장이 예상되는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옮겨 적극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자금 이동은 금융투자협회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19조742억원으로 지난달 24일 이후 17거래일 만에 다시 120조원선에 근접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고객이 주식 등을 매수하기 위해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에 맡긴 자금으로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예탁금이 늘어날수록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탁금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개전 직후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몰리면서 지난달 4일 13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전쟁이 장기화하고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나면서 줄어드는 양상이다.

주식 시장의 훈풍과 달리 외환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 기준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약 613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하자 환차익을 노린 기업들이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서며 잔액이 단숨에 600억달러 아래로 급감했다. 하지만 고환율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수입 결제 대금 등을 미리 확보해 두려는 기업들의 달러 실수요가 다시 유입되면서 불과 열흘 만에 40억달러 이상이 급반등하는 이례적인 장세가 연출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자금 흐름을 국내 자본시장의 질적 도약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은행권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의 급감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순이자마진(NIM) 방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자금 이동 속도가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즉각 이뤄지기에 은행권의 선제적인 유동성 및 수익성 방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주형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