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등 양방향 충·방전 기술 도입

현대차도 제주서 실증, 제도정비 필요

중국산 전기차 5%서 4년 만 34%로

중동 원유 이어 中 전기차 종속 우려

현대차그룹의 제주도 V2G 실증 서비스 현장에서 전기차들이 양방향 충전기에 연결돼 실제 충·방전을 통해 전력을 주고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제주도 V2G 실증 서비스 현장에서 전기차들이 양방향 충전기에 연결돼 실제 충·방전을 통해 전력을 주고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중동발 에너지 위기 이후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에너지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가 중국산 전기차가 최근 가파른 성장세로 국내 시장의 3분의 1이나 차지하면서, 자칫 미래 에너지 시장마저 외국에 의존해야 할 처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기업의 노력을 더해 국내 생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영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국에서는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활용하는 '양방향 충·방전'(V2G·Vehicle to Grid) 기술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해 전기를 저장하고 다시 공급하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에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망에 되돌려 보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력망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차주에게는 요금 절감이나 수익 창출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글로벌 주요국은 이미 상용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은 전용 V2G 요금제와 충전기를 묶은 서비스를 출시하며 소비자 참여를 확대했고, 네덜란드는 도시 단위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시 전력망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과 일본 역시 정전·재난 대응 수단으로 전기차를 활용하는 등 전기차를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V2G 실증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에서 아이오닉 9, EV9 등 전기차를 활용해 전력망 연계 안정성과 충·방전 기술을 검증하는 실증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 지역 특성을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 저장·공급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정부도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요금체계, 정산 방식, 법·제도 정비 논의에 착수했다. 다만 현재 전기차는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다원화의 핵심축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전기차 시장이지만, 최근 들어 안방 시장에서 중국산의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은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2022년 4.7%에서 2025년에는 33.9%까지 증가했다. 반면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같은 기간 75%에서 57.2%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생산 기반과 부품 생태계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실제로 올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중국산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86%로 국산차(126%)를 크게 웃돌았다.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선 점도 대비된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일본은 전략분야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해 자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역시 보급 확대 중심 정책에서 나아가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산 테슬라, BYD에 이어 다양한 중국계 브랜드의 전기차가 국내 출시될 예정"이라며 "정부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기보다 연구개발 지원과 함께 세제·인프라·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국내 생산비용을 낮추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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