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중심 산업 구조 변화 반영
11차 전기본 대비 수요 큰 폭 상향
14년 뒤인 2040년 우리나라의 연중 최대 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최고 1.4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100기가와트(GW)에서 최소 131.8GW, 최대 138.2GW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2~6기 발전량 수준의 증가 폭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신·증설, 전기차 확산에 따른 것이다.
경쟁국들은 원전 증설 등을 통해 ‘가성비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 불안이 더 커지고 이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위원회는 2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공개 토론회를 열고 2040년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을 공개했다. 전기본은 2년마다 15년 단위로 수립하는 국가 전력 계획으로, 이번 12차 전기본은 이재명 정부의 전력 수급 청사진이다.
위원회는 전력 수요를 경제성장 흐름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전제로 한 ‘기준 시나리오’와 AI 확산과 구조 개혁에 따른 고성장을 반영한 ‘상향 시나리오’로 나눠 전망했다. 전망은 기준수요와 목표수요로도 구분된다. 목표수요는 기준수요에 에너지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EERS) 등 수요 절감 정책을 반영해 산출한다.
2040년 전력소비량은 기준 시나리오에서 기준수요 780.8TWh, 목표수요 657.6TWh로 제시됐다. 상향 시나리오에서는 각각 819.6TWh와 694.1TWh로 늘어난다. 현행 11차 전기본은 2038년 기준수요와 목표수요를 각각 735.1TWh와 624.5TWh로 제시했다. 기준 연도 차이는 2년에 불과하지만 전력소비량 전망은 큰 격차를 보인다.
2040년 최대 전력 수요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149.9GW와 131.8GW, 상향 시나리오에서는 156.8GW와 138.2GW로 제시됐다. 11차 전기본의 2038년 수요인 145.6GW와 129.3GW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전망과 11차 전기본을 기준으로 보면 2038년과 2040년 사이 최대 전력 수요는 2.5~8.9GW 늘어난다. 증가 폭은 원전 2~6기 수준이다.
정부는 ‘더티 에너지’(석탄발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믹스로 전력 구조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동 전쟁 이후 기존 에너지 안보 전략이 흔들리는 속에 재생에너지 확대로 수입 의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시점을 앞당겨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석탄발전소 60기는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이후에도 가동 기간이 남은 21기는 안보 전원으로 활용해 전환 비용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전망에는 ‘전기요금’이 빠졌다. 전력 수요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국내총생산(GDP)과 전기요금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상승이 요금에 반영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가격 가정에 따라 수요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매년 약 12GW씩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하는데 지난해는 4GW 늘리는 데 그쳤다”며 “매년 목표 대비 부족분이 쌓이게 되고, 전력 부족이나 블랙아웃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있어 동일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대략 5배 정도의 설비가 필요하다”며 “수치는 제시됐지만, 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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