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협상대표 국회의장-IRGC총사령관 갈등설

국영TV서 협상거부 주전파 설득 연설 이후 여진

국가안보위원 연관 SNS “쿠데타 모의자” 비난

갈리바프→강경파 비난정황 “극단주의 민병대”

政敵·문고리권력 바히디 사령관 겨냥 해석에도

“의장-외무장관 밀려날라” 걱정…내분설 차단

‘모즈타바 승인설’ 속 미-이란 협상단 출발조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2주 휴전’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공화국 신정(神政)정권 내에서 대미 협상파와 군부 주전파(主戰派) 간 수위높은 갈등 조짐이 연일 표출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0일(미 현지시간)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측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 의장과, 협상을 거부하는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혁명수비대(IRGC, 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 총사령관 사이 심각한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 18일(이란 현지시간) 국영TV에 출연해 ‘협상은 후퇴가 아니라 다른 수단을 통한 분쟁의 지속’, ‘외교는 이란의 요구에서 물러나는 것도 전장에서 분리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군사적 성과를 공고히 한다’ 등 취지로 주장했다고 이란인터내셔널 등이 보도했다.

왼쪽부터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EPA·AP=연합뉴스]
왼쪽부터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EPA·AP=연합뉴스]

같은 혁명수비대 출신이더라도 외교적 해결보다 전쟁 지속을 지향하는 강경파들의 “배신자” 등 비판에 맞서 설득한 셈이다. 갈리바프 의장은 자신에게 전장과 협상 테이블은 차이가 없으며 “국민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내 목숨과 명예를 모두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반정부성향인 이란인터내셔널은 19일 이같은 정황과 함께 “강경파 비판론자들은 에이타(Eitaa) 같은 국내 소셜미디어에서 갈리바프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며, 그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사망)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무시하고 미국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또 갈리바프 의장의 오랜 정적이자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위원인 강경파 사이드 잘릴리와 연관된 소셜미디어 계정이 해시태그(#)와 함께 “쿠데타 모의자”라고 쓴 글을 게시했다고 한다. 이 글엔 최고지도자를 승계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협상을 지지한다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촉구하며 관계자들 독단을 경고한 내용이 담겼다가 계정이 비활성화됐다고 한다.

ISW는 갈리바프 의장이 잘릴리 국가안보위원 등 협상파 관료들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상 바히디 IRGC 총사령관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다. IRGC는 대미 협상 자체를 반대하고, 대표단에 이란의 입장을 대변할 권한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도 최근 이슬라마바드 1차 종전 협상(지난 11~12일)에 참여했던 이란 대표단이 자국 복귀 직후 IRGC로부터 “대표단은 군부의 입장을 대변할 권한이 없다”며 부정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바히디는 모즈타바와 직접 접촉 가능한 사실상 유일 문고리 권력인데, 이란 관리들과 최고지도자 간 직접 소통을 못하는 점이 종전협상에 걸림돌이 돼온 양상이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전날(20일) 단독보도에서 갈리바프 의장이 참모진 회의 도중 “잘릴리 위원과 강경파 아미르호세인 사베티 의원을 포함한 인물들을 ‘이란을 파괴하려는 극단주의 민병대’와 같은 세력으로 묘사했다. 그는 해당 진영이 국영TV를 이용하고 강경지지자들을 동원해 협상 및 미국과의 합의 가능성에 대한 반대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전했다.

특히 “갈리바프는 자신이 의장직에서 축출될 가능성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자리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1~2일 정도 시차가 있는 ISW 보고서에서도 “만약 갈리바프가 의회 의장직에서 해임된다면 그에겐 큰 패배가 될 것이며, 이는 바히디 총사령관에겐 승리가 될 것”이라고 갈리바프 의장의 거취와 연관된 평가가 등장했다.

내분설엔 날선 반응이 나왔다. 갈리바프 의장 측 아미르 에브라힘 라술리 정치고문은 20일 X를 통해 “갈리바프가 최근 우리 모두에게 준 권고는 단 한 단어였다. 바로 ‘단결’이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IRGC 산하 타스님 통신은 21일 이란인터내셔널을 가리켜 “갈리바프에 대한 루머를 퍼뜨리는 적”이라며 정치 내분을 조장할 뿐 아니라 의장 암살의 전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있었던 미-이란 1차 종전협상 참석자들. 미국 협상대표 JD 밴스 부통령(좌측 사진 오른쪽)과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우측 사진 오른쪽). [AP·EPA=연합뉴스]
지난 4월 1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있었던 미-이란 1차 종전협상 참석자들. 미국 협상대표 JD 밴스 부통령(좌측 사진 오른쪽)과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우측 사진 오른쪽). [AP·EPA=연합뉴스]

한편 악시오스는 미 행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미측 협상 대표인 JD 밴스 부통령이 ‘미 동부시간 21일 오전’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20일 종일 이란의 협상단 파견 신호를 기다렸는데, 모즈타바의 결정을 기다리던 이란 협상단이 20일 밤 승인을 받았단 취지다.

모즈타바 승인설이 미 언론에서 제기된 가운데, 밴스 부통령은 휴전 만료가 임박해 회담 개최지에 도착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휴전 시한이 미 동부시간 22일 저녁(한국시간 23일 오전)까지라며 기존 휴전 만료기한을 사실상 하루 늘렸다.

이란 보수파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도 이날 간접 인용 형태로 “CNN은 미국과 이란 간 2차 회담이 수요일(22일) 오전에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며 “밴스와 갈리바프가 각각 미국 및 이란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라고 단신을 내보냈다. 통신은 이란 국영방송(IRIB) 진행자가 전날 “이란 국민 87%가 전쟁 지속을 원한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다고 옮기는 등 선명성도 피력하는 모양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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