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나노급 속도… 테라팹도 참여

삼성 출신 인재 영입… 공정 강화

TSMC도 증설… 삼성 부담 가중

인텔이 반도체 장비 투자를 50% 이상 늘리며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TSMC와 신흥 경쟁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압박’에 놓이고 있다. 사진은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인텔이 반도체 장비 투자를 50% 이상 늘리며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TSMC와 신흥 경쟁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압박’에 놓이고 있다. 사진은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건을 위해 올 들어 반도체 장비 주문을 작년 대비 50%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위기에 몰렸던 인텔은 트럼프 행정부의 작년 8월 보조금 지원과 지분 10% 인수로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이후 2024년 매각했던 아일랜드 파운드리 ‘팹34’ 지분을 재매입하는 등 미국 반도체 제조업의 부활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출신 핵심 임원을 영입하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칩 생산 프로젝트에도 합류하는 등 고객 확보와 사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 뿐 아니라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도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선두 업체 추격과 후발 주자 견제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중국까지 더해 ‘샌드위치 압박’을 당할 수 있는 만큼, 삼성 역시 공격적인 투자로 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인텔 파운드리의 올해 반도체 장비 주문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차세대 공정인 14A(1.4나노급) 양산 체제 구축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인텔이 올해 말까지 테슬라나 애플 같은 주요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4A는 인텔이 차세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을 위해 내세운 핵심 공정이다. 해당 공정이 안정화될 경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I 가속기, 고성능 서버용 반도체 등 첨단 제품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인텔의 파운드리는 PC와 서버용 자체 중앙처리장치(CPU) 제조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였는데, 스마트폰에 이어 AI로 반도체 시장의 중심축이 급속도로 이동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외부 고객 물량을 받아 생산하는 순수 파운드리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 인텔은 조직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 파운드리 영업을 총괄했던 한승훈 부사장을 수석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로 영입했다.

한 부사장은 삼성전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로직 반도체 공정 개발과 영업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기술 인력 확보를 넘어 고객사 수주를 위한 영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고객 확보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인텔은 최근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초대형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 ‘테라팹’ 참여를 공식화했다.

테라팹은 AI와 로봇, 우주 데이터센터 등에 투입될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테라팹 합류를 통해 테슬라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파운드리 사업 신뢰도를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테슬라의 일부 반도체 생산에는 삼성전자와 TSMC가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텔의 가세는 단순한 협력 확대를 넘어 향후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와 AI 칩 수주전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언적 투자에 머물렀던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이 실제 고객 확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70%대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7% 안팎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지만 선두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인텔은 아직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미국 정부 지원과 공격적 투자에 힘입어 추격에 나선 상태다.

TSMC 역시 최근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신주와 타이난 지역 생산시설을 첨단 웨이퍼 공장으로 전환하고, 기존 패키징 공장도 2나노 공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올해 자본지출도 전년보다 크게 늘려 첨단 공정과 후공정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시장 경쟁의 무게중심이 미세공정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는 부담 요인이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칩 미세화뿐 아니라 여러 반도체를 하나처럼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TSMC는 이 분야에서 이미 대형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인텔도 자체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해 “2나노 2세대 공정 제품 양산과 4나노 성능·전력 최적화 공정 준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1나노 이하 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인텔처럼 국가 지원과 함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노조와의 갈등을 지목하며 “영업이익이 많다고 해서 15%나 되는 큰 돈을 나누자고 하는 것은 노조가 매우 잘못하는 것”이라며 “비메모리 투자를 늘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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