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유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석유 생산을 비롯한 에너지 전 분야에 연방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지침을 내렸다.
이번 조치의 근거는 1950년 9월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시 권한을 발동해 글로벌 석유 공급 위축을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내 석유 생산 및 정제, 석탄 공급망, 천연가스 송전, 전력망 인프라 등을 포괄하는 5건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에너지부는 해당 분야의 민간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과 구매 보증 등 전 방위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이번 각서가 업계의 자금 부족이나 시장 장벽 등 고질적인 지연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강조했다. 투입될 자금은 지난해 통과된 대규모 지출 패키지 법안을 통해 조달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에서 취임 직후 선포했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언급하며 "국내 석유 생산 및 정제 역량의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 방위태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즉각적인 개입 없이는 미국의 방어 역량이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천연가스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충분한 확보가 미국뿐만 아니라 파트너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중동발 공급 불안으로 인해 미국의 LNG 수출 역량에 의존도가 높아진 동맹국들이 위기 상황에서 함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DPA는 과거 미군이 한국전쟁 초기에 겪었던 물자 보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민간 기업의 생산을 강제하거나 촉진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며 탄생했다. 이번 발동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인한 유가 급등을 억제하고 전쟁 수행에 따른 경제적 압박을 상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1기 재임 시절에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인공호흡기 생산이나 캘리포니아 연안 석유 생산 재개를 위해 이 법을 활용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태양광 패널 등 에너지 기술 강화를 위해 이를 발동한 사례가 있다.
이번 조치는 미 에너지 패권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동맹들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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