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만류·정청래 재강권·강훈식 토스·당 타임라인 명시 흐름

당·청 이견, 결과적으로 하 수석 체급 격상 ‘이례적 당청 갈등 무풍’

하정우 등판 시 한동훈 파괴력 차단 및 민주당 부산 우위 다지기 포석

대구 김부겸 바람과 연계해 경북 제외한 영남권 석권 노리는 거시적 전략

출마 땐 국민의힘 딜레마 직면… 여야 정치권 “여의도 문법상 출마 유력”

청와대 인도 순방 후 입장 밝힐 예정…이달 말, 출마선언 데드라인 임박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교부 수석 차관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디지털 브릿지 프레임워크 문건 교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교부 수석 차관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임석한 가운데 디지털 브릿지 프레임워크 문건 교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6월3일 치러질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의 출마는 이제 시간 문제다. 하 수석은 대통령 순방이 끝나는 25일 이후 최종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번 차출론을 두고 정치권에선 하 수석 개인 거취를 넘어 “당·청간 역할 분담을 거친 정치 데뷔 수순이자 부산과 대구를 축으로 영남권 전체를 공략하려는 민주당의 거시적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만간 하 수석을 직접 만나 재차 출마를 설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하 수석의 등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핵심 요인은 역설적이게도 이재명 대통령의 ‘만류’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표면적으로 하 수석의 출마를 만류하는 메시지로 읽혔지만 실제로는 하 수석의 인지도를 전국적으로 띄워주는 극적인 홍보 효과를 낳았다. 특히 공개석상에서 그를 챗GPT에 빗대어 ‘하GPT’로 지칭한 부분은 AI분야에서의 그의 전문성과 능력을 최고로 치켜세운 발언이었다.

앞서 민주당의 삼고초려 또한 공직자 사퇴 타임라인과 맞물려 돌아갔다. 지난 2일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전재수 의원이 자신의 후임으로 하 수석을 공개 지명했고, 6일 조승래 사무총장이 면담을 통해 “8부능선은 넘었다”며 상황을 수치화했다. 이어 12일 이연희 전략기획위원장이 정청래 대표의 직접 요청 계획을 밝히며 데드라인을 공표했다. 더욱이 정 대표가 이 대통령의 만류를 즉각 “농담”으로 규정했음에도 당청 갈등으로 번지지 않은 점 역시 이례적 흐름이다.

여기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불법 선거 개입” 공세에 대한 대응도 선제적이었다.

무소속 출마를 시사한 한 전 대표는 지난 16일 “이 대통령이 출마를 지시하면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견제구를 날렸으나, 청와대는 이미 전날 선을 그은 상태였다. 실제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한 전 대표의 발언 전날 가진 브리핑에서 “본인이 결정해야지, 대통령이나 당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을 하 수석에게 완전히 넘겼다. 야권의 선거 개입 시비를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하 수석에게 결단의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하 수석 역시 “당의 강력한 요청으로 대통령이 놔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면 어쩔 수 없지 않겠냐”며 출마 여지를 남겼고, 그보다 앞선 9일에는 “2028년 총선쯤 부산에 기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면서 정치에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포럼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준 효성 회장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20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포럼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청와대와 당 차원의 언급도 다시 나왔다.

지난 20일 전은수 청와대 대변인은 하 수석의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순방을 다녀와서 본인의 생각을 좀 정리하겠다고 (하 수석이)얘기했고, 비서실장도 ‘당사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일축했다”면서 출마 여부는 하 수석 본인의 결정에 달려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대통령께서 하 수석을 굉장히 각별하게 아끼신다. 이번 순방에도 국가 AI 정책을 우리 외교와 접목시켜서 좀 성과로 이루어내고자 가신 것”이라면서 여지를 남겼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21일 하 수석의 6·3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여부와 관련해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본인이 되든 안 되든 곧 결정할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하 수석 카드가 지니는 정치적 폭발력을 단순히 부산 북구갑 1석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하 수석이 출마할 경우 그 파장은 부산을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무소속 한 전 대표의 등판으로 요동치는 부산 선거판에서 ‘정치 신인 대 전직 당 대표’ 구도를 형성해 한 전 대표의 파괴력을 상쇄하고, 민주당의 우위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김부겸 전 총리의 바람과 결합해 경북을 제외한 영남권을 석권하려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뒷받침하는 요건으로 작용한다.

반면 국민의힘과 한 전 대표 등 보수진영은 복잡해졌다. 하 수석, 한 전 대표,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의 3파전이 확정될 경우 보수 표심 분열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무공천을 통한 보수 후보 단일화 주장이 제기되지만 당 지도부는 후보를 내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어 민주당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지난 1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하 수석이 순방 후 입장을 밝히기로 한 데 대해 “그때 출마 안 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남 전 의원 역시 같은 날 “출마 선언을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여의도 문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책 공백 부담에 따른 불출마나 공천 진통으로 인한 결정 지연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나 ‘그 확률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 내 중론이다. 특히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보선 연기론을 일축하고, 전 의원 역시 오는 30일 전 사퇴를 확정했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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