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베팅'이 가능해진다. 해외에만 허용되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도 도입된다. 10여개 ETF가 내달 출격을 준비 중이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단일종목 ETF 도입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오는 28일 공포·시행되며, 관련 하위 규정 정비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22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은 그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에 상장된 단일종목 ETF에 직접 투자해온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서는 분산투자 규제 등으로 동일한 상품 출시가 제한돼 온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핵심은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및 상장지수증권(ETN)의 도입이다. 기존에는 종목당 투자 비중이 30%로 제한되고 10개 이상 종목으로 지수를 구성해야 했지만, 개정안은 동일 종목 투자 한도를 100%까지 확대하고 분산투자 요건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우량주를 기초로 한 ±2배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커버드콜 ETF 등 다양한 상품 출시가 가능해진다.
특히 금융당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과 거래량, 파생시장 안정성을 충족하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품을 허용할 방침이다. 동시에 개별주식 및 ETF를 기초로 한 위클리옵션 도입도 추진돼 파생상품 기반 ETF 개발 환경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자산운용업계는 즉각 출시 준비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를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등도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5~6종,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5~6종 등 총 10여종이 동시 상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각 2종씩 ETF를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수요 조사에서도 대부분 운용사가 레버리지 상품 출시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배경에는 높은 수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단일 종목을 기초로 한 ETF가 제한돼 투자자들이 미국·홍콩 시장으로 이동해왔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수요를 국내로 흡수할 수 있게 됐다는 판단이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실적 전망이 여전히 밝다"며 "두 종목이 연일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 ETF보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투자자는 기존 1시간 사전교육에 더해 1시간의 심화교육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며, 기본예탁금 1000만원 요건도 적용된다.
또 상품 명칭에 'ETF' 표현 사용을 제한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등 위험 특성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했다. 증권신고서 심사에서도 손실 가능성과 구조적 위험을 보다 엄격히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지렛대 효과와 음의 복리효과 등으로 단기간 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인 만큼, 숙련된 투자자의 단기 투자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초자산 가격이 등락을 반복할 경우 투자금이 감소하는 '변동성 잠식' 위험도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렛대 효과와 음의 복리효과 등으로 단기간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장기 투자 목적에 적합하지 않으며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숙련된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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