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상선 나포… "휴전 위반"
이란, 협상단 파견 여부도 미정
핵 농축물·활용 놓고 이견 여전
트럼프 "불발땐 발전소 등 파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대표단이 이란과 협상을 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핵심 사회 기반시설을 파괴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휴전 시한 만료를 앞두고 미국과 이란이 협상과 확전의 갈림길에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로 가고 있으며 곧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면서도 "합의하지 않으면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더 이상 착한 사람 행세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협상 재개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 해군이 해상봉쇄를 뚫으려던 이란 상선을 나포한 데 이어, 이란 측은 이를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고 미군 함정에 드론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은 "미국의 해적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군사 행동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공격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양측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양상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알자지라를 인용해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이 협상을 빌미로 새로운 확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협상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미국 협상단은 21일(현지시간) 전후 파키스탄에 도착해 회담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이란은 대표단 파견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영국 가디언은 20일 "이란 국영 매체가 미국의 휴전 위반을 비난하며 협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타스님 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해상봉쇄가 계속되는 한 협상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고, 실제로 양국은 중재국을 통한 메시지 교환만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특히 이란 주변의 미국 군사력 증강 움직임과 백악관 안보회의 소집 등을 근거로 협상 의도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란 지도부의 발언도 강경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또다시 배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 의회 인사들 역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양보할 수 없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위원장은 "해협 통행 여부는 이란이 결정할 것"이라며 이를 법제화해 군이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협상 카드이자 장기적 억지 수단으로 보고 있어, 해상봉쇄 해제 없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핵심 쟁점에서도 양측 간 간극은 여전히 크다. 우라늄 고농축물 이전과 핵개발 포기, 미사일 전력 제한 등 주요 의제에서 합의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은 이를 주권과 안보 문제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미국은 포괄적 비핵화와 군사력 제한을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협상 구조 자체가 1차 회담 당시 결렬됐던 틀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란은 전쟁 재개에 대비해 미사일과 드론 기지를 재가동했으며, 타스님 통신은 "전쟁이 시작되면 수백 기의 탄도미사일이 초반 몇 시간 내 발사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홍해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사우디 아람코 시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 등 중동 핵심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글로벌 원유 수송로 전반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군사 옵션을 노골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는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와 함께 중동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양측이 동시에 강경 대응을 준비하는 가운데 2주간의 휴전 종료 시한인 21일(미국 동부시간)을 앞두고 협상 타결 가능성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2차 협상 자리가 마련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앞으로 하루 이틀이 외교적 타협이냐 아니면 전면 충돌로의 재진입이냐를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곧바로 무력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휴전 연장을 양측에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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