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쿠팡 총수 지정을 피할 수 있을까. 김범석(사진)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대기업집단 공시 대상인 쿠팡의 총수로 지정될지 여부가 내주 결정될 전망이다.
'총수가 아니다'고 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 5년 만에 바뀔지 주목된다. 그간 공정위는 미국 시민권자이며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 의장이 예외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에게 4년간 140억원의 보수가 쿠팡Inc로부터 지급된 사실이 지난해 말 본지 보도를 통해 밝혀지자,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것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본보 12월 29일자 1면 기사 참조
당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지난번에는 김 의장 동생이 이사회 참여 등 총수일가로 지정할 정도로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봤다"며 "(동생 김유석의) 보수 등을 전체적으로 재검토해 경영에 참여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 동일인 지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일 관련 업계와 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쿠팡 법인으로 돼 있는 쿠팡의 동일인을 자연인 김범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쿠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변경 여부·기업 집단 범위 등에 대한 막바지 검토를 하고 있다. 공정위는 법정 시한인 5월 1일까지 지정 여부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김유석 부사장이나 그의 부인 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지와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려면 △자연인으로 지정하는 경우와 기업집단의 범위에 차이가 없고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나 그 친족이 국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며 △친족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또 자연인이나 그 친족과 국내 계열사 사이에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어야 한다.
이들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공정위는 동일인을 법인이 아니라 자연인으로 변경해 지정할 수 있다.
쿠팡은 동일인 변경 사유가 없다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 측은 김 의장의 동생이 쿠팡Inc의 미등기 임원이며 국내 계열사 임원이 아니라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정위에 전한 바 있다. 공정위가 올해도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디지털타임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부사장은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52만6979달러(22억648만원)의 보수와 118억6634만원에 해당하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임원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정 기간 근무해야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RSU의 가치는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했다.
연도별로 보면 김 부사장은 2021년 급여와 보너스, 주재원 수당 등을 포함해 총보수 32만3000달러를 받았고, 1만6600주의 RSU도 받았다.
2022년에는 총보수 33만3979달러에 20만4278주의 RSU를 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김 의장에 대한 총수 동일인 지정 여부를 검토했는데, 쿠팡 측은 "김 부사장은 경영진은 아니며, 동일 직급의 다른 직원들과 같은 기준으로 보상·인센티브 제도에 참여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했다.
김 부사장은 2023년에도 44만달러의 총보수와 4만3052주의 RSU를 수령했다. 2024년에는 43만달러(약 6억원)와 7만4401주의 RSU를 받았다. 2024년엔 김 의장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김 의장의 경우 보너스나 주식 보상 수령 없이 207만1000달러(약 30억원)의 보수만 받았다.
공정위는 주 위원장 보고를 거쳐 동일인과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곧 확정할 방침이다.
쿠팡은 공정위 요구 자료 중 일부를 순순히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인지도 살펴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등을 위한 공정위의 자료 제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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