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관 KDI 선임연구위원
2006년 한미FTA·2009년 G20 정상회의서 전문·자문관 경험
중동원유 90% 아시아行… 의존도 높고 재정 취약한 국가 많아
美·中 모두와 대화 가능한 韓… 정책 방향 바꿀 '유레카' 필요
"미국과 이란 전쟁은 겉으로 봉합할 수는 있어도 위험이 계속 남아 있고, 아시아 재정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7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 충격이 아시아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전략통'으로 꼽힌다. 그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으로서는 드물게 주요 통상 협상 현장에 참여해 왔다. 2006년 대통령 직속 한미자유무역협정(FTA)체결지원위원회 수석전문관으로 투입돼 투자·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협상 현장을 지원했다. 이후 2009년 대통령 직속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자문관으로 파견되는 등 굵직한 통상 현안을 경험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전쟁 충격이 아시아로 크게 번질 것으로 봤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데다 재정 여력이 취약한 국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중동 원유의 약 90%가 아시아로 들어오기 때문에 영향이 아시아에 더 크게 나타난다"며 "파키스탄, 필리핀, 태국 같은 나라는 재정 여력이 부족해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를 보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동남아 국가와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영향을 받았고, 2007년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있었다"며 "지금은 아시아 재정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다. 변수는 반도체 경기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한국과 미국은 버티고 있지만 내후년까지 슈퍼 사이클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한다. 반도체 투자 둔화 시점이 도래할 경우 수출 의존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공급은 어느 정도 확보됐다고 보지만 인공지능(AI) 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며 "문제는 그 이후"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 데다 반도체 의존도도 크다"며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한국은 반도체에서 직접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실탄을 충분히 확보해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선 회의적이다"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에 비상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역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종전 협상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란과 레바논의 히즈볼라 등 강경 세력이 종전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고, 이스라엘 변수도 남아 있는 건 걸림돌로 지목된다. 또 중동 지역에서 테러와 국지전 등 불안 요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동 전쟁 이후 미국 중심 국제 질서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고립주의로 선회하고 유럽은 결속을 강화하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이 현재 구도를 유지할 경우 한국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주의가 지속되면 공급망 내 역할도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연합(EU)·한국·일본·캐나다·호주·아세안 중심 공급망이 향후 제조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런 점에서 한국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 모두와 대화가 가능한 파트너로 인정받는 드문 나라"라며 "여기에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유럽과의 협력은 한국에 중요한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책 방향을 바꿀 '유레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 산업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짚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해양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조선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미국과 조선 협력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데 그쳐선 안 된다"며 "소재와 엔진 기술을 어떻게 고도화할지, 재생에너지 효율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국내에서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수용성 문제로 쉽지 않다"며 "다만 핵추진 잠수함은 핵공학과 원자력공학 역량을 갖춘 국가만 가능한 분야로, 일본과 한국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엔진과 미사일 기술까지 더해지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 산업은 대규모 자본보다 인력이 중요한 만큼 더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은 교육 수준이 높아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하면 벤처캐피털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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